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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멍 때리고, 숙제 까먹었다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 받아야겠군

지나치기 쉬운 '조용한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사람의 뇌를 촬영하면 이상이 발견된다. '아이가 조금 산만할 수도 있지' '크면서 나아지겠지'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있나' 같은 생각으로 방치하면 학습·정서발달·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인 ADHD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환자가 병원 문턱조차 밟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ADHD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 해 5만 명 내외. 유병률이 5~8%인 점을 감안하면 많아야 환자 10명 가운데 1명만 치료를 받고 있다.

김진구 기자

ADHD의 증상은 과잉행동·충동성·주의력결핍 등 세 가지다. 보통 세 증상이 함께 나타나지만 주의력 결핍만 두드러질 수 있다. 이른바 '조용한 ADHD'다. ADHD 환자 10명 가운데 3명(27%)을 조용한 ADHD로 추정한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발견하기 어렵다. 조용한 가운데 공상에 빠지기 쉽고, 수업시간에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실수가 많다.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지시한 일을 까먹고 엉뚱한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그냥 산만한 아이와 ADHD가 있는 아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모든 아이는 산만한 게 정상이다. 공부나 숙제를 할 땐 특히 그렇다. 반면에 ADHD 환자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집중력을 길게 유지하기 힘들다. 입학 전에는 3분, 초등학생은 10분, 중·고등학생은 30분 이상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 ADHD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한 가지 게임을 오래 하지 못하고 이 게임, 저 게임으로 옮겨다닌다면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



아이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잘못된 훈육으로 이어지기 쉽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다그치거나 집중력이 낮다고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두는 것으론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울증, 조울증, 학습장애, 불안장애, 품행장애, 틱장애, 적대적 반항장애 같은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환자 10명 가운데 7명(69%)은 이런 질환을 함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DHD는 어렸을 때 잠시 왔다 가는 질환이 아니다. 치료받지 않으면 청소년기는 물론 성인기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 따르면 ADHD의 70%는 청소년기로, 50%는 성인기로 이어진다. 특히 과잉행동이 두드러지는 보통의 ADHD와 달리 조용한 ADHD는 쉽게 발견되지 않아 그 가능성이 더욱 크다.

나이가 들면 충동성이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변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처럼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높은 곳에 오르진 않지만,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발을 꼼지락대는 식이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운전대를 잡으면 난폭하게 변하는 것도 내면화된 충동성이 원인일 수 있다. 성인 ADHD는 언뜻 추진력이 강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한번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약속이나 업무를 잊어 곤란을 겪기도 한다. 악의적이지 않은 사소한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성인 ADHD 환자는 더 발견하기 어렵다. 어렸을 땐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걸러지기 쉽지만 성인은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성인도 산만할 수 있다. 다만 정상 범주의 산만함은 때와 장소를 가린다. 반면에 ADHD는 산만함이 매번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남들보다 잘 알아챈다면 조금 예민한 정도에 속한다. 하지만 매번 고개를 돌려 확인한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5명 중 1명 진단받고도 치료 안 해

아이든 어른이든 ADHD를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약물치료다. 과잉행동·충동성·주의력결핍은 모두 뇌의 같은 부위(전전두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ADHD 치료제는 이 부위에 신경전달물질(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을 보충한다. 약물치료가 가장 기본적인 치료다. 행동치료는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약물 치료의 치료율은 56%인 반면, 행동치료는 35%에 불과하다. 둘을 병행했을 때 치료율은 68%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진행한 조사에서 ADHD 환자 10명 가운데 2명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받았지만 치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부작용을 우려(25%)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34%)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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