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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민 목사]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역사해석은 두 근본 틀에서 하게 된다. 발생한 사건과, 그 사건이 전달하는 의미다. 삶 가운데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벌어진 사건만으로 끝나면 역사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다만, 그 사건이 주는 뜻이 무엇이냐를 생각할 때, 그것이 역사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2009년 5월 23 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그 서거 자체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하나의 사건으로서만 끝난다면 그저 슬픈 마음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서거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이냐를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과 연관하여, 노대통령의 서거는 사실, 그의 성품, 행동, 또는 사고방식을 수용하지 못한 완고한 문벌주의나 학벌중심 문화, 또는 시대적 갈등조장의 중심 내용인 이데올로기를 무기삼아 한 인간존재를 부정하고 모욕감을 준 당시 사회지도자들의 편협한 질시가 그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는 변호사였지만, 학벌론으로 그의 인격이나 인간적 성품, 정치적 자질, 개인적 세계관을 무시한 자칭 고급 엘리트 법률가들이나 정치한다는 자들로부터 심한 시기를 받았다. 스스로 엘리트라 생각하는 자신들 보다 못한 학벌적 배경을 가진 자가 자신들을 지도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가져, 오히려 무시하는 하극상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의 집권 초기 ‘검사들과의 대화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 모임은 명문대학출신으로 남성중심의 상하명령체계라는 전통적 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에 대한 놀부심보를 보여준 한국 권력중심 조직사회의 대표적 사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러한 사회정치적 환경(Socio-political Context)에서 기존세력들과 싸움으로 보편적 권력소유라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 해, ‘보통 사람 살아 갈 만 한 세상’을 꿈꾸고, 그런 사회를 이루고자, 먼저 기득권층의 두텁게 쌓인 권위의식 해체작업을 정치적으로 시도하다 부정당하게 된 것이다.



마치, 갈릴리라는 시골에서 온 예수의 당시 권력중심과 율법중심의 사회구조를 비판, 책망하다 멸시당하고, 시기심 때문에 율법파괴자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아 죽임을 당했던 바와 유사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 개인, 또는 한 국가의 대통령에 대한 문벌 권력주의적 린치사건은 따져 보면 무식한 자들의 자기 권력망상에 사로잡힌 소아병적 현상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학을 못나왔지만, 수많은 교양이나 전문서적을 밤낮없이 통독하므로 대학출신 전문가 이상의 세계적 지식을 쌓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탈권위주의, 탈 권력중심주의, 탈 남성중심주의를 주장하고, 변방에서 관심받지 못하던 자들이 인간 대우받는 정신의 시대다. 대학 나오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여성이 국무총리, 장관, 대통령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 노 전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아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기존 권력에 도취되어 인간존엄성과 인격을 모독하는 시대착오적 폐단의 구조로부터 국민권리를 높인 정치가요 인권운동가라 할 만큼의 능력을 가진 분이었다.

그의 서거는 자신의 문제라는 사건으로 끝날 수 도 있겠지만, 반듯이 그렇지만은 않은 것은 학벌이나 돈, 그리고 정치적 권력을 가진 자 들로부터 그 두터운 권력적 횡포를 해체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사회정치적 환경을 준비하고 실시하려했던 한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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