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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운명을 바꾸다

'노틀담의 꼽추'의 저자, 빅터 유고는 사원 탑 한 구석에 ANATKH 라는 그리스 말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고는 그 후 노틀담 사원이 보수되면서 이 말이 지워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ANATKH 라는 그리스말은 영어로 FATE, 우리말로 '숙명'에 가까운 것 같다. 숙명은 신이 내린 운명, 비극적 의미가 강하다. 중세기에 건립된 노틀담 사원, 당시 사람들은 신이 정해준 운명은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꼽추를 비롯한 주인공이 모두 죽는 것도 신의 뜻이었을 것이다.

Fate(숙명)와 Destiny(운명)는 비슷한 것 같으나 약간 다르다. 숙명은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Preordained), 운명은 미리 정해지긴 했으나(Predetermined) 인간의 의지로 어느 정도 돌려 놓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과학의 발달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인간 복제를 시도하는 시대에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주소만 입력하면 길을 안내하는 GPS도 가끔 엉뚱한 곳에 데려다 준다. GPS를 다시 입력하거나 돈을 들여 업데이트 할 수 있듯이 운명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운명뿐 아니라 집단이나 나라의 운명도 구성원의 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중세기 예술작품들은 신의 말씀은 도저히 거역할 수 없고 그저 순종하고 찬송하도록 묘사하고 있다. 작가 자신들도 크리스천이 대부분이었다. 19세기부터 조금씩 신에 도전하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다가 20세기에 이르러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글들이 나오게 되었다. 현대 작가들은 과감히 무신론를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은 최근 소설 'Origin'에서 과학이 잡신을 하나 둘 죽였고, 이제 유일신(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로 GOD는 유일신, god는 잡신을 말한다) 사람들은 점점 신을 무서워 하지 않고 따라서 숙명을 인정하지 않는다.

새해라고 나에게 특별한 계획이 없다.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으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세상에 대신 아파 주고, 죽어 줄 사람은 없다. 부지런히 운동하고, 무리하지 않고, 매사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숙명이나 운명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소극적 자세를 가지게 되는 것이 부끄럽다. 젊은 사람들은 숙명을 아예 지워 버리고 운명에 도전해야 한다. 종교를 가지는 것은 좋으나 종교에 구속 받을 필요가 없고, 교회를 떠난 다른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사이버 세계는 새로운 Silk Roads, New Frontier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발명한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창의력) 이었다. 뉴턴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고, 라이트 형제는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새가 힘차게 비상하는 것을 보고 비행물체를 발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의문(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비는 오는데 차는 오지 않았다. 그는 문득 "부르면 금방 차가 오도록 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 많이 이용하는 우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숙명을 거부하고,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예사롭게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유심히 관찰하고, 탐구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면 예술작품이 나오고, 세상을 변화시킬 발명을 할 수 있다. 박스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창문을 활짝 열고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은 다음 세대에 맡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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