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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왜 남을 위해 기도할까?

기도(祈禱)는 무언가를 바라는 행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기도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바라게 됩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될 일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다가 남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늘 그렇게 해 온 것이었는데도 발견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기도는 내가 편안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아닌 세상에 내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닌 타인(他人)을 위한 기도가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가족을 위한 기도는 더욱 그러합니다.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면서 먹먹해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을 위해서 기도하다 보면 부모님의 기도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기도 합니다. 언제나 우리가 귀만 기울인다면 부모님의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앞에 타인을 위한 기도라고 쓴 부분이 왠지 말이 안 되는 느낌입니다. 부모님이 남일 수 없으니 말입니다. ‘부모가 남이야!’라는 말이 들리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 아이들을 위한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기라도 하면 기도는 울음이 되고, 떨림이 됩니다. 나를 더 낮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이런 기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기도는 늘 간절합니다. 가족 역시 타인은 아닙니다. 아내가 남일 수 없고, 자식이 남일 수 없습니다.

배우자를 ‘나의 반쪽’이라고 표현하는 말은 참으로 옳습니다. 나 혼자였다면 아이를 갖지 못하였을 테니 그대로 나의 반쪽입니다. 그리고 자식은 그대로 나입니다. 자식 때문에 기쁘고 슬프고 마음 아프지만, 행복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자식이 행복하지 않고서 내가 행복할 수 없음은 당연한 말입니다. 자식이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위한 기도가 제일 많은 것은 어쩌면 나를 위한 기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은 힘들어하는 사람들입니다.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이 기도가 됩니다. 경중은 있지만, 행복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선 듯 외로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 하나라도 더 함께할 수 있기 바랍니다. 제 기도 소리와 제 마음이 전달되어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달래주기 바랍니다. 슬픔과 서러움을 이겨내는 데는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이 힘이 됩니다. 힘들지만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같이 있습니다.

남을 위한 기도라고 썼지만 사실 그러고 보면 남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 자식이 남일 수 없고, 벗이 남일 수 없습니다. 남을 위해 기도를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들이 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기도가 더 고맙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면서 나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면서 하나가 되는 시간입니다. ‘나’와 ‘남’의 구별을 깨뜨리면서 더 큰 ‘우리’를 만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남을 위한 기도도 나를 위한 기도인 셈입니다. 더 커진 나를 위해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기적인 틀을 깨고 만난 소중한 나를 위한 기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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