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Los Angeles

57.0°

2020.12.01(Tue)

[더오래]사진과 수필에 제2 인생의 길을 묻다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28 21:02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1)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부딪히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친구와의 관계, 취미활동, 손주 육아 문제, 경제적 어려움, 자녀와의 갈등 등 은퇴자가 겪는 일상을 담담하게 기술한다.〈편집자〉

인생의 황혼 길에 접어들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찾아 헤맨 지 2년여 만에 우연히 사진과 수필을 배우는 과정에서 길을 찾았다. 이 길이 후반기 인생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퇴직을 한 후 어떻게 하면 제2의 인생을 멋있게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천주교 서울대 교구에서 운영하는 2년 과정의 사진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매주 목요일 아침에 가방을 메고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으로 간다. 오전에는 미사를 드린 후 영성 관련 내용이나, 퇴직 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점심 식사 후 두레별 수업시간에는 동료들과 함께 멋진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사냥감을 찾아 나서는 포수처럼 카메라를 메고 온 산천을 돌아다닌다. 출사가 여행이고 힐링이다.




라이나 전성기재단의 평생교육원에서 한 강의. 생전해 본 적도 없는 파워포인트를 급하게 강의까지 들어가며 배웠고 흥미를 끌만한 사진도 여러 장 골라 첨부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다. [사진 조남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다 보니 수업시간이 소풍 가는 초등학생처럼 기다려지고 신이 난다. 2학년으로 진급하자 벌써 졸업 사진 전시회를 위해 어떤 주제로 무엇을 촬영하면 좋을지 구상을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꿈에 부풀어 온갖 나래를 편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전시회를 둘러보고 ‘너무 멋지다. 대단하다’라고 칭찬할 것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즐겁다. 베트남 하롱베이 여행 갔을 때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한국에서 온 79세의 열정적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꿈꾸어 왔던 나의 노후를 보는 것 같아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면 할수록 사진 공부하는 것에 흥미가 느껴져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톨릭시니어 재능나눔학교’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를 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배우는 곳이다. 수필, 시, 사진, 미술, 여행 등 다양하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다. 마침하고 싶었던 수필반이 있어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배울수록 ‘그동안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퇴직 후의 체험을 바탕으로 두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수필 공부를 하면서 진작 배웠으면 좀 더 좋은 책을 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공부시간이 기다려진다. 수업시간에 문우들이 한마디씩 해 주는 합평이 큰 도움이 되고, 강사의 지도로 한 편의 수필이 만들어진다.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마치 수필가가 된 듯 한 기분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등단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여 틈나는 대로 생각하고 또 글로 적어본다. 이것이 나의 후반기 인생의 나아 갈 방향이며, 재충전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들어선 것이다. 끝이 없는 길이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해 보리라 다짐한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진과 수필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끝없이 배우면서 사는 것이 남은 삶의 나아갈 방향이자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사진 pixabay]






사진과 수필을 배우다 보니 내 경험을 알려 줄 기회도 있었다. 전국을 여행하고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산 경험으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 여행』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좀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라이나전성기재단의 평생교육원과 ‘가톨릭 시니어재능나눔학교’에서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관심이 많았던지 신청자가 꽤 되었다. 생전해 본 적도 없는 파워포인트를 급하게 강의까지 들어가며 배웠고 흥미를 끌만한 사진도 여러 장 골라 첨부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다. 관광지 소개와 함께 ‘여행 시 숙소 및 할인권 구매 방법’,‘한 달 동안 부부가 다투지 않고 여행하는 요령’, ‘여행 책자 발간 시 참고 사항’ 등에 대해 강의를 했다. 수강생의 반응도 좋았다. 그동안 배우기만 하다가 조그만 지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으며 또 보람도 느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진과 수필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끝없이 배우면서 사는 것이 남은 삶의 나아갈 방향이자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받은 것들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는 미약한 재능이지만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조앤 박 재정전문가

조앤 박 재정전문가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