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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

어느 초등학생의 불만에 찬 고백이다.
“우리 아빠는 회사와 결혼했나 봐요! 아빠 얼굴을 전혀 볼 수 없고, 쉬는 날도 회사 일로 바빠서 지금까지 가족하고 놀러 간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언젠가 만난 아빠는 굉장히 피곤해 하셨고, 그때도 회사에 간다고 나가셨어요. 우리 아빠는 회사와 결혼 했나 봐요.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일 중독자래요”

일 중독은 ‘계속해서 일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 상태’다. 이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오츠는(Oates)는 일중독이 알코올 중독과 성격이 매우 흡사하며 ‘끊임없이 일하려는 내적충동과 과도하게 일에 집착하는 습성으로 신체적 건강, 대인관계, 안녕감과 사회인으로서의 정상적 기능에 심각한 장애와 마찰을 유발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일 중독자’인 목회자를 소개한다. 필자와 함께 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 근교에 개척한 목회자는 그야말로 일 중독자였다. 그는 복음전파를 사명으로 하는 자신은 주신 사명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코 일 중독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였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이 마치 복음 사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목회자로 비치게 되었다.

그는 개척과 동시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도에 힘썼다. 잠도 교회에서 자고, 그의 하루는 식사시간만 제외하고는 교회와 전도였다. 그의 아내인 사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 교회는 점점 부흥하게 되었고 그 부부는 더욱 교회와 전도사역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하나님이 최초로 세워주신 가정이다. 교회는 점점 부흥하였지만, 그 가정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부부는 복음 전파를 위해 소위 ‘밥만 먹으면’ 교회에서 기도하고 전도하였기에, 가정은 교회 성도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집 청소는 물론이고 자녀까지 돌보게 되었다. 자녀에게 부모는 어떻게 비칠까? 아마도 하나님께 충성스러운 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그저 일하는 부모로 비치게 되며,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은 경험하지 못한채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와의 애착의 문제로 자녀에게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면, 가정을 위해 하나님의 사명을 포기하란 말인가? 아니다. 사명을 받은 목회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주신 가정에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일 중독의 원인은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의 측면에서 ‘항문기의 강박적인 성향의 근간’과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이론에서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 낮은 자아정체성, 친밀감의 결여 등의 발달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다. 민주적인 가정보다 전제적이며 엄격하며 체벌이 심한 가정에서 높게 나타난다. 양육 대상에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일로 충족시키려는 ‘애착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은 자기조절 능력이 불가능하고 인격적으로 미숙하다. 자기중심적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일 중독 가정도 ‘분명한 역기능 가정’이다. 이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성인 아이’다.

필자가 소개한 목회자의 가정도 예외 없이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같은 학급의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소위 집단 따돌림인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급기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부모 상담요청을 받았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전문상담가와 ‘가족치료’를 받았다. 부모인 자신과 자녀의 문제(신뢰의 애착 문제,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 낮은 자아정체성, 친밀감의 결여)에 대한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가정이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은 교회와 가정이 건강하고 균형 있는 모습을 보이며, 성도와 자녀가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쁨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성경은 “한 줌만큼의 휴식이 두 줌만큼 수고하며 바람을 쫓아다니는 것보다 낫다”(전도서 4 : 6)고 말씀하신다. 즉, 가족과 건강을 소홀이 할 정도로 일에 빠져 사는 것보다 오히려 적절한 휴식을 취하라고 권면한다.


박상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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