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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인생도, 마지막을 결정하는 건 꿈의 크기" 유니콘 감별사 VC 김한준, 일의 의미를 말하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10:50



창업가들은 종종 창업을 "똥더미를 치우는 일 같다"고 표현한다. 일은 산더미고,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가 터진다. 그런 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왜 창업했는지’ 같은 큰 그림과 방향성은 잊히게 마련이다. 그런 사소한 일상 속에서 교훈을 얻고,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창업은 인생과 닮았다. 창업도, 인생도 한두 번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창업이 인생과 비슷하다면, 인생에 대한 조언도 어쩌면 창업 코치가 잘해줄 수 있지 않을까. 국내 대표 VC(벤처캐피털리스트)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왜 일하는가)라는 다소 엉뚱해보이는 제목의 컨퍼런스에 선다. 일의 의미를 찾는 직장인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정의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준비한 9월의 스튜디오다.

김한준 대표는 '유니콘 감별사'로 불린다.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은 블루홀, e커머스 업계 신흥 강자 쿠팡, 푸드 테크 선두 기업이 된 배달의 민족까지, 그가 투자한 회사들이 4~5년 사이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송금 서비스에서 종합 금융 서비스로 도약 중인 토스, 원룸에서 아파트로 사업을 확장 중인 직방, 글로벌 서비스로 떠오른 아자르 등 ‘넥스트 유니콘’으로 불리며 떠오르고 있는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늘 같은 주문을 한다.

"더, 더, 더!"


그의 메신저 프로필 상태 메시지와 페이스북에서 늘 볼 수 있는 문구다.

창업가들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한 거죠. 그런데 그 꿈이 그 회사와 서비스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더 큰 꿈을 가지고, 그걸 향해 나아가라는 게 제 주문이에요. 그리고 이건 저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죠.

그에게 꿈과 일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관련 기사 : 폴인 9월 컨퍼런스 ‘왜 일하는가’ 열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의 모습. 사진 김한준




Q : 대표님은 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시는 건가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부동산이나 주식같이 다른 데 투자를 할 수도 있을 텐데요.
A : 많은 사람이 학벌·외모·가정환경 같은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삶을 제한해버려요. 그런데 스타트업계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 바닥에선 누구나 스펙을 다 떼고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그걸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투자자의 자본을 얻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가 역동적이고 건강해지는 거잖아요.


Q : 미디어가 성공한 창업가를 주로 다루다 보니 창업이 화려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 창업가들의 일상은 아주 작고 의미 없는 ‘삽질’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걸까요?
A : ‘이 문제만큼은 해결해보겠다’라거나 ‘이 서비스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식의 꿈이 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에 엄청난 성취감과 만족감이 있고요. 바로 그 성취감·만족감 때문에 연쇄 창업가가 되는 사람도 많아요.


Q : 그리고 그런 창업가를 지지하고 돕는 과정에서 대표님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시는 거겠죠?
A : “그게 제가 다른 투자가 아닌 스타트업 투자에 투신한 이유겠죠.”

김한준 대표의 이력은 여느 창업가 못지않게 화려하다. 초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간 그는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 군인으로 일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군 엘리트를 키우는 사관학교 출신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길을 마다하고 전역해 스탠퍼드 MBA를 거쳐 1996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를 창업했다.

김한준 대표의 웨스트포인트 재학 시절 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 대표다. 사진 김한준



Q : 이력 중 웨스트포인트 진학이 눈에 띕니다. 왜 군인이 되셨나요?
A : 제 부모님의 시계는 이민 간 1976년에 멈췄어요. 보수주의자셨죠. 반면 저는 미국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문화에 충격을 받았어요. 무슨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놀라웠습니다. 민주주의는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가치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Q : 그런데 왜 전역하신 건가요?
A : 위계가 강하고 엄격한 군 조직문화가 잘 맞진 않았어요. 졸업 후 4년쯤 됐을 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는데, 그게 결정적이었어요. 공산주의가 없어졌으니 더는 군에 남을 이유가 없었어요.


Q : 전역 후 MBA에 진학한 것도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A : 왜 공산주의와 그에 기반을 둔 경제 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민주주의와 거기에 기초한 경제 체제(자본주의)는 살아남았을까 오래 고민했어요. 공산주의는 성선설 위에 있다면, 자본주의는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가정하고 욕망을 최대한 보장하되 최소한의 수준으로 규제하자고 생각하는 것 같았죠. 저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Q :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 중 스타트업 투자라는 곳에 뿌리내린 건 왜인가요?
A : 미 동부의 대학들이 금융 산업과 가깝고 보수적이라면, 서부 특히 스탠퍼드대는 정보기술(IT) 산업과 창업계에 가깝고 진취적이에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VC가 된 건 그런 학풍의 영향일 거예요. 교수님 소개로 벤처 투자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을 만난 게 구체적인 계기가 됐어요. 그 덕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알토스벤처스를 창업했어요.

김한준 대표는 성공한 창업가를 비교적 초기부터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그런 그가 꼽은 ‘안 가본 길을 가는 사람’ 그리고 그 중 성공한 이들의 특징은 뭘까.

창업가마다 도드라지는 특징이 있어요. 어떤 창업가는 몰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창업가는 실행력이 압도적이고요. 그런데도 모든 창업가를 관통하는 특징이 있는데, 제 생각엔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배워나간다는 것 같아요.

김한준 대표가 투자한 창업가 중엔 앞선 사업을 실패한 이들이 적지 않다. 김 대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거기서 배운 게 있다면, 그리하여 성장했다면 그는 더 좋은 창업가”라고 말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가 연사로 나서는 이번 컨퍼런스는 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성수동 카페 월 닷 서울(구 레필로소피)에서 열린다. 티켓은 폴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정선언 기자 j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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