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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시는 길 아들의 로큰롤 바칩니다”

고 목연희씨 추모 콘서트
10년 병간호 아들이 열어
18일 5시 LA 한국장의사

남은 사진이 많지 않다. 졸업식에서 함께 찍은 고 목연희씨와 아들 목승균(오른쪽)씨. [목승균씨 제공]

남은 사진이 많지 않다. 졸업식에서 함께 찍은 고 목연희씨와 아들 목승균(오른쪽)씨. [목승균씨 제공]

오는 18일 LA 한국장의사 주차장에서 특별한 콘서트가 열린다. 오직 한 명을 위한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마련한 장례식을 겸한 추모 이벤트다. 장르는 더욱 놀랍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로큰롤 콘서트(rock’n‘roll concert)’다.

LA한인타운 인근에 살던 목연희씨가 지난달 2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지난 10년간 병간호했던 아들 조셉목(45·한국명 목승균)씨가 보내드리기 아쉬운 마음을 담아 여는 콘서트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좋아하셨던 로큰롤을 가시는 길에 들려드리고 싶어요.”

목씨의 어머니는 10년 전 다리와 허리를 다치면서 휠체어에 의지했다. 5년 전에는 치매가 발병했다.



“치매가 시작된 후에는 내용이 긴 드라마를 보기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셨죠. 저와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 전부 보셨죠. (웃음) 하지만, 2년 전부터는 난청까지 생기면서 영화마저 쉽지 않았어요.”

아들은 그 길로 기타와 앰프를 구입했다. 그리고 연습을 해가며 매일 2시간 정도씩 직접 연주를 들려드렸다.

“그중 로큰롤을 가장 좋아하셨어요. 서툴고 제대로 된 연주가 아니었을 텐데도 아들이 해드려서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시는 길에나마 제대로 된 로큰롤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콘서트에는 전문 뮤지션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를 초청해 비틀스부터 에릭 클랩튼, 카터 시스터스, 밥 딜런, 벤 E. 킹, 셀린 디온의 곡 등 평소 어머니에게 들려 드렸던 12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21일에는 가족들만 모여 글렌데일 포레스트론에 고인을 안치한다.

“어머니는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셨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어요. 한국 전래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 짓을 하는 것 같지만요.”

목씨는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간호했다. 그가 34세가 되던 해부터다. 5년 전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후부터는 간병인(IHSS)으로 등록하고 아예 어머니를 돌보는 데만 전념했다. 그는 UC샌타크루즈에서 역사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UCLA에서 유럽 역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사와 부동산 관련 일을 했다.

“간병…해야죠. 제가 효자여서가 아니에요. 어머니가 얼마나 힘든 생을 사셨는지 또 얼마나 힘들게 자식들을 키워냈는지를 아니까요. 어머니는 8세 때 조실부모하고 18세 때까지 종살이를 하셨어요. 그리고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사셨죠.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 입으셨고, 그 좋아하던 백합꽃 한 송이 쉽게 사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가시는 길은 초라하지 않게 멋진 모습으로 보내드리고 싶다고 목씨는 전했다.

“넉넉지는 않지만 지난 5년간 간병을 하며 모은 돈으로 어머니에게 입혀드릴 명품 옷과 신발을 구입했어요. 집에서 입으시던 초라한 옷으로 보내드리고 싶진 않았어요.”

그리고 장례와 콘서트를 치르고 남는 돈(3000달러)은 장례비가 부족한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금으로 한국장의사에 기탁하기로 했다.

“좀 더 뜻깊은 일에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어머니 이름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 같아요.”

고 목연희씨를 위한 콘서트는 18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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