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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몸값 1338억원 손흥민 뒤에는 '맹부삼천지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20:58

3년 사이 몸값 1338억원 폭등
무협만화처럼 훈육한 손웅정씨
30살 어린 아들과 똑같이 훈련
손흥민, "아버지는 축구스승"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8세에 은퇴한 손웅정씨는 고향 춘천으로 낙향해 무협만화처럼 아들을 가르쳤다. 2011년 5월 춘천에서 훈련하는 손웅정씨(오른쪽)와 손흥민(왼쪽). [중앙포토]

‘빛흥민’ 손흥민(26·토트넘)의 예상몸값이 1억 유로를 돌파했다. 10일 국제축구연맹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 선수들 가치를 매기면서,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를 1억230만 유로(1338억원)로 평가했다.

손흥민은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옮기면서 이적료 3000만 유로(397억원)을 기록했는데, 3년 만에 몸값이 3배 이상 폭등했다.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1억 유로를 돌파했다.

손흥민이 지난 5월 14일 시즌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버지 손웅정 씨와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억 유로 사나이’ 손흥민 뒤에는 맹부삼천지교(孟父三遷之敎)가 있다. 부친 손웅정(56) SON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이 ‘한국축구 돌연변이’ 손흥민을 만들었다.

10일 미국 스포츠네트워크 ‘SB 네이션’의 토트넘 커뮤니티에는 “토트넘이 손흥민 아버지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손웅정은 직접 손흥민을 독특한 방법으로 가르쳤다. 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는 선수들이 10대 중·후반이 될때까지 슈팅보다는 기술과 피트니스에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손웅정의 교육철학은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과 유사하다. 토트넘 다니엘 레비 회장은 유소년팀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토트넘 스타를 키운 손웅정씨를 영입하라”고 주장했다.

2011년6월19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아버지 손웅정씨와 훈련하는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선수 시절 K리그 현대, 일화에서 뛴 손웅정씨는 ‘풍운아’였다. 현대 시절 전지훈련 도중 숙소에서 도망친 적이 있다. 당시 손흥민을 임신한 아내가 만삭으로 삼척 전지훈련을 찾아와 코치진에게 “남편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기도했다.

2011년 5월 춘천에서 슈팅훈련하는 손웅정씨와 손흥민. [중앙포토]


아들은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이었다. 2012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손웅정씨는 “난 그저 그런 축구선수였다가 28세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다. 흥민이가 나처럼 기술없는 선수가 되질 않길 바랐다”며 “8살때부터 16살 때까지 정식 경기에 안내보냈다. 매일 6시간씩 오로지 기본기만 가르쳤다. 아침 이슬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춘천에서 훈련하는 손웅정씨와 손흥민. [중앙포토]


고향 춘천으로 낙향한 손웅정씨는 마치 무협만화처럼 아들을 가르쳤다. 하루에 양발 슈팅 1000개씩 때리고, 줄넘기 2단뛰기를 수천번 뛰었다. 독일 함부르크 유스팀 시절에는 훈련장 건너편 싸구려 모텔에서 함께 투숙했다. 새벽마다 아들을 깨워 30살 어린 아들과 웨이트훈련을 똑같이 했다.

2011년 5월 춘천에서 훈련하는 손웅정씨와 손흥민. [중앙포토]


손흥민은 “혹독한 훈련에도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없다. 옆에서 훈련을 똑같이 하시니 나도 멈출수 없었다”고 말한적이 있다. 손흥민도 어릴적 키가 크기 위해 우유에 밥과 라면을 막아먹을 만큼 노력했다. 아버지와 함께한 피나는 훈련 덕분에 발에 걸리면 터지는 ‘손흥민존(페널티박스 부근 좌우 45도)’이 탄생했다.

2011년 5월 춘천에서 슈팅훈련하는 손웅정씨와 손흥민. [중앙포토]


손웅정씨는 아이돌급 스타 아들에게 쏟아진 TV 예능프로그램 섭외요청도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기내에서 기자에게 “흥민이를 통해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은퇴까지 예능 출연은 없다. 그저 아들이 경기장 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손흥민 아버지인 손웅정 씨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시절 구단 125주년 행사날 밤 12시 넘어서까지 동료들과 있었던 적이 있다. 손웅정씨가 “신체리듬이 깨지면 안된다”고 호통을 치자, 손흥민은 곧바고 귀가했다.

2011년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이 축구대표팀에 차출됐지만 교체로 잠깐 뛰는데 그쳤다. 손웅정씨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 앞에서 대표팀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소속팀에서 입지를 다질수 있도록 당분간 A대표팀 차출을 조금만 자제해달라”고 폭탄발언을 했다. 당시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 거부’가 뜨거운 논란이 됐었다.

손웅정씨는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이 갑자기 기회를 얻지못하자, 구단과 담판을 짓고 토트넘 이적을 이뤄냈다. 손웅정씨가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에 관중석에서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손흥민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한국 관중석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일각에서는 손흥민을 ‘파파보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2015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어린애도 아닌데 언제까지 아버지와 붙어 다닐 거냐’고 말한다. 하지만 내겐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이다. 아버지는 먼저 축구선수로서 길을 걸었고, 내가 가는 길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결정 과정에서 회의를 하고 내게 선택권도 있다. 성인이 되면서 프리(free)해졌다. 아버지가 옆에 있을 때 든든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뭐래도 누구의 말보다 내겐 아버지의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흥민 측근은 “흥민이 아버지가 요즘엔 아들의 결정과 사생활을 100% 존중해준다”고 전했다.

고향 춘천에서 유소년 축구를 운영 중인 손웅정씨는 지난달 16일 AFP와 인터뷰에서 “한국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승리에만 매몰돼있다. 수많은 재능있는 어린선수들이 기량을 펼쳐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유소년 시스템을 비판했다. 손웅정씨는 ‘제2의 손흥민’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손웅정씨를 향해 ‘극성 대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손웅정씨가 없었다면 지금의 ‘빛흥민’도 없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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