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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의 이민자의 자녀양육 36: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

아이들에게서 언뜻언뜻 나 자신을 보며 놀랄 때가 있다. 아들이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던 날, 의사가 아들을 꺼내어 보여주는데 순간적으로 내가 거울을 보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특히 딸의 생김새 속에 내가 보인다. 아이들의 자세, 표정, 말, 행동, 심지어 생각에도 내가 비춰져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기도 한다.

아들은 음악선생이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학교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불더니, 십이학년 때는 밴드에서 지휘를 하고, 나중에는 밴드 디렉터가 되겠다고 음악교육을 전공했다. 한동안은 지휘를 더 공부하겠다며 여러 학교의 석사학위과정을 알아보기도 했다. 음악선생으로서의 삶에 매우매우 만족하고 있다니 기쁘다.

아들이 어떻게 해서 음악교육의 길로 들어섰을까 사뭇 궁금하다. 아버지가 막연하게 품었던 선망을 아들이 알고 그 길을 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피아노 치는 외사촌들이 부러웠다. 악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미국에 와서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발전이 없어서 악기도 어렸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신학교 다닐 때는 전공을 교회음악으로 바꿀까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식구들에게 했던 기억이 아주 어렴풋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음악을 공부하기를 바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아들은 음악선생의 길을 걷고 있다.

아들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 과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생각하던 중 “아버지 효과”에 관한 글을 접했다. 아버지 효과는 아버지의 가치관과 더불어 말과 행동이 자녀에게 각인되어 자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자녀가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자라도록 하는데 아버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아버지가 자녀의 발달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1958년에 태어난 17,000명의 사람들의 삶을 33세가 될 때까지 추적했다. 연구결과, 어렸을 때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인격체들이 되었다. 이 연구에서 자녀와 친밀한 아버지란 어린 자녀에게 책도 읽어주고, 자녀와 나들이도 함께 하고, 자녀의 과제도 도와주면서 자녀의 삶에 대한 관심을 몸소 표현한 아버지를 의미했다.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는 자녀들의 인지력과 지능과 인성 발달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한 살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많이 놀아준 자녀들은 서너 살이 됐을 때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인지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우월해졌다. 서너 살 무렵에 아버지가 자주 놀아준 경우 자녀들의 지능이 더욱 발달했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았던 자녀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협동심과 리더십을 발휘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아이들의 학업성적에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로버트 블랜차드와 헨리 빌러는 초등학교 3학년 44명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아버지 효과와 학업성취도의 관계를 연구했다. 첫번째는 ‘5세 이전부터 아버지가 부재했던 그룹,’ 두번째는 ‘5세 이후부터 아버지가 부재했던 그룹,’ 세번째는 ‘아버지가 일주일에 6시간 이하로 함께 했던 그룹,’ 그리고 네번째는 ‘아버지가 하루에 2시간 이상씩 함께 했던 그룹’이었다. 연구결과, 아버지가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그룹의 성적이 가장 뛰어났고, 아주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부재했던 그룹의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당장 필요한 의식주을 제공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버지라면 누구나 자녀에게 필요한 것, 자녀가 원하는 것을 다 주고 싶어 한다. 자기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더 좋은 것을 먹게 하고, 더 좋은 것을 갖게 하고 싶어 한다. 더 많은 것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업장이나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마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 효과를 생각하면, 자녀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유치원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의 모습이 별로 생각나질 않는다. 어쩌다 앨범을 뒤적이다가 옛날 사진들을 보며 이럴 때도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냈는가 하는 질문 앞에 자신감을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 효과를 연구한 사람들이 아버지들에게 조언하는 내용들이 가슴을 뜨끔하게 하기도 한다.

아버지 효과를 연구한 사람들의 조언을 크게 세가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자녀들의 행동에 일관성 있는 반응을 보이라. 또한 행동을 제한할 때는 분명한 한계를 정해주고 이유를 설명해주라. 둘째, 블럭쌓기, 공놀이, 야외활동 등, 사고의 능력을 키워주는 놀이의 기회를 제공하라. 그리고 셋째,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가정환경을 만들라.

아들 뿐만 아니라 딸에게 비춰진 나의 모습도 보인다. 딸은 대학을 조기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입사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승진을 위한 공부도 하고, 대학원 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릴 때도 책을 읽으며, TV를 보고, 게임도 하더니, 지금도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내려고 분주하게 산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보인다. 한편으론 대견하고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다. 그것 역시 아버지 효과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버지 효과를 생각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의미가 지나치게 커면 오히려 아이에게 아버지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콤플렉스는 무조건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항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버지 콤플렉스로 변질되는 않은 범위 내에서 아버지 효과를 의도적으로 추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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