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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근 문학칼럼: 수필의 한계를 인정하라

수필은 분명히 문학으로서 고유의 영역과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 반면에 그 나름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수필의 장점이나 특성 등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면서도 그 단점이나 한계성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거나 애써 축소시키려는 경향이 있음도 사실이다. 수필의 매력이 솔직한 데 있다면, 수필의 특징과 장점은 물론 단점이나 한계성도 솔직하게 드러내어 살펴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수필의 단점이나 한계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보완하려는 자세가 요구되어진다고 하겠다.
수필은 길게 쓰든 짧게 쓰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의 자유다. 그러나 수필은 일반적으로 원고지로 따져서 12~15매 정도의 분량이다. 문제는 이 짧은 분량 속에 작가의 의도나 생각 등을 모두 함축시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짤막한 분량이라고 해서 작가의 의도나 생각 등이 미쳐 다 표현되지 못하거나 구성이나 짜임새가 엉성하다면, 그것은 이미 수필로서 가치를 잃고만 것이다. 다시 말해 한정된 분량 속에 최대한의 알찬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수필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정된 분량 속에 최대한의 알찬 내용을 담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긴 수필은 수필문학의 특징인 간결성과 함축미를 잃기 쉽고, 독자들의 공감이나 호응을 얻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수필의 소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또 작가의 일상 생활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거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나 사소한 것들 중에서 소재가 선택되는 수가 많다. 이것이 수필이 지닌 본질적 특성이며,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수필가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별 것도 아닌 재료를 가지고 위대한 예술품이나 조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이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뛰어난 문학 작품을 빚어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소재, 또는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제한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이로 인한 한계성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작품으로서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하겠다. 특히 수필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려 놓는 수가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사로운 신변 잡기가 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수필에서는 허구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필은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이므로 이것은 수필문학이 시나 소설 등과 다른 문학 장르와 크게 다른 점들 중의 하나이다. 수필에서의 ‘나’는 어디까지나 그 수필을 쓴 사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필에서는 허구나 가공의 ‘나’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작가 자신의 ‘나’만 존재할 뿐이다. 수필 창작에 있어서 이러한 허구의 제한적 사용은 시나 소설을 쓰는 것에 비해 작가의 상상력이나 극적인 효과 등을 마음껏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상은 사상, 정서와 함께 문학의 중요 요소다. 상상이 없으면 사실이 문학으로 형상화되지 못하고 실용의 범주에 머물고 만다. 바닷가의 무수한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의 신비를 상상해내고 하늘 높이 나는 종달새를 통해 자연의 오묘함을 엿보는 것은 모두 상상의 힘이다. 그런데 요즘 수필에는 상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상상력의 활용은 우리 수필의 당면 과제라 하겠다.



시나 소설은 상상뿐 아니라 공상까지도 수용한다. 그러나 수필에서의 상상은 건전하고 있을 법한 가능성의 세계, 사실과의 근사치를 가져야 한다. 상상이 지나치면 공상이 되고 공상은 망상을 낳게 된다. 수필에 있어서 공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필에서 강조하는 상상력은 결코 수필에서의 허구성을 용납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베이컨은 수필이야말로 자유분방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의식의 공간을 날아다니기에 가장 효력 있는 장르다. 이 상상력의 활발한 운용과 균형 잡힌 절제야말로 좋은 수필을 생산케 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하였다. 문학 작품 속에서 ‘물’이 ‘젖’이 되고, ‘피’가 되고, ‘정액’이 되어 마침내 ‘정령의 집‘이 될 수 있는 것도 상상력 덕분이다.

수필은 재료 자체를 만들어 가는 입장이라기보다 있는 재료 즉 실제 상황을 활용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직관이나 지성에 의존될 뿐 다른 장르들처럼 상상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까닭에 더욱 세심한 상상력의 밀도와 파장이 알게 모르게 작품의 배면에 깔려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수필의 그 질박한 담론적 성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사실과 실상, 현장성이나 시사성 등은 문학성을 감소시킬 위험성이 있는 까닭에 역동적 상상력에 의한 정서의 구체화가 수필의 문학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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