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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이상하고 신기한 영어의 나라, 미국

[사진설명: 한국식 가위, 미국에선 총으로 해석됩니다. ]

[사진설명: 한국식 가위, 미국에선 총으로 해석됩니다. ]

[사진설명: 미국식 가위.]

[사진설명: 미국식 가위.]

[사진설명: 네. 미국에선 실내에서 편 우산은 불운을 가져온다네요.]

[사진설명: 네. 미국에선 실내에서 편 우산은 불운을 가져온다네요.]

미국에서의 생활에서 겪은 일화를 에피소드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그 속에서 피어난 나의 헛웃음과 깨달음을 일독하시라.

에피소드 하나: 가위, 바위, 보! = Rock, Paper, Sissor!=너 가위는 가위가 아니야!
한 번은 이웃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어서 뭘 하나 했더니 상당히 ‘초딩’스러운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었다. ‘아, 이럴때 한국식 놀이 ‘왕과 바보’를 가르쳐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한 사람이 이기면 그 사람이 두 번째 게임에서 먼저 가위, 바위, 보 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 나는 짧은 영어로 이 간단한 게임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국인들이 내 게임에 관심을 갖기 보다 내 손 모양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야야, 너 지금 그게 가위라고 낸거야?”
-“응! 가위!이거!”
-“우하하하하. 그건 가위가 아니라, 총이야 총!”
-“뭐라고?! 파하하하하하하. 니 말이 더 웃긴다. 이게 왜 총이야? 가위지!”


-“여기, 미국에선 그건 총이고, 이게 바로 가위야.”

하, 미국에선 롹, 페이퍼, 시저! 라고 하는 가위 바위 보의 손 모양도 다르구나.
참고로 아래의 첫번째 사진은 미국식 가위 손 모양이고, 두 번째 사진은 바로 내가 동료들 앞에서 내민 나의 가위다. 나는 열심히 또 설명을 했다. 아하하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총기 문화가 없어. 그래서 이건 그냥 가위로 보이지, 총으로 보이지 않는다구.

에피소드 둘: 실내에서 편 우산
한번은 비가 많이 와서 우산을 쓰고 회사로 들어왔다. 젖은 우산을 집안에 펴 놓고 몇 시간이 지나면 마른 우산을 다시 접는게 내 생활 양식이었다. 이에 대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가 그날따라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 누가, 지금 누가, 실내에서 우산을 펴고 있는 거야!”
뜨악. 또 내가 지금 사람들에게 작은 표적이 된 것인가? 미국의 일상 문화를 모르는 내가!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지나가는 한 사람이 말했다.
-“뭘 모르나 본데, 미국 실내에선 우산 펴는 거 아니야. 그건 나쁜 운을 가져 온다구! 미신이긴 하지……”
아하. 미국에도 미신이 존재하는 군. 역시나 사람 사는 데는 비슷하다. 어렸을 적부터 내 할머니는 문지방에 걸터 앉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셨다. 그 뿐이랴. 한 번은 미국인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야야, 너네 한국인들은 선풍기를 켜 놓고 잠들면 죽는다고 생각한다며?! 아하하하하하하!”
난 이 말을 듣기 전까지만해도 정말로 선풍기를 켜 놓고 잠이 들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도 미신이었나? 어쨌거나 일상 속의 이런 소소한 발견은 신기하다.

에피소드 셋: 핫도그! 핫댐!
한번은 또 내가 좋아하는 여성K와 컴퓨터실에 있었다. 로그인이 되는데 한참이 걸렸다. 수 분이 흘러 결국 로그인이 되었다. 한국어 식으로 말하면 그 순간에 나와야 할 말은 “짜쟌!”이다. 영어로 그녀는
-“Hot Dog!”
랜다. 하하하하. 이런 말 표현도 귀여웠다. 사실 한국어식으로 ‘쨔쟌!’이라는 말의 어원이 어디에서 나왔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똑같은 질문을 K에게 물었다.
-K, 왜 그순간에 Hotdog! 라고 말하는거야? 그리고 그 단어 말이야. 사실 그대로 해석하면 뜨거운 개 라는 말인데, 그게 실제로는 먹는 거잖어. 먹는 음식이랑 그 단어랑 무슨 관련이 있어?
나의 이 심오하면서도 말이 안되는 것 같은 질문에 그녀는 흠. 그거 참 좋은 질문이군.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나도 몰라. 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배운 Hot dog! 표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줬다. 마치 유치원생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오늘 내가 배운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듯 말이다. 아아아. 그렇하다. 영어가 모라잔 나는 언제나 이런식으로 ‘성인 아이’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것은 내가 미국에 살면서 또 하나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야 할 작은 언덕이다. 내 영어가 내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내 이미지와 또 내 스스로 갖고 있는 내 자아 사이에서 시소를 타고, 줄타기를 한다. 어쨌거나 이야기를 마치자면,
-“A, 이거봐봐. 나 오늘 또 하나 배웠어. 뭔가 깨닫는 순간이 오면 hot dog! 라고 말하면 되는거야!
-“뭐라고?! 그건 아주 옛날식 표현이야. 구려구려. 요즘엔 그 말 대신 Hotdamn 이라고 해!”
핫도그와 핫댐. 맞다. 언어는 사용자의 나이와 문화를 담고 있다. 한국어도 60대가 쓰는 한국어와 30대가 쓰는 한국어에 차이가 있듯이 영어도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하하하. 신기한 발견을 오늘 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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