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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한인작가 릴레이]잊혀지지 않는 선물

고운 햇살에 민들레가 기지개를 켜는 아침, 달력을 들여다 보니 오늘이 손주 “대로”의 생일이다.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에게 많은 웃음과 행복을 주었던 그 녀석이 어느새 25살 청년이 되었다. 녹차 한잔을 들고 햇살이 퍼지는 식탁에 앉으니 한없이 사랑스럽던 그 녀석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하나부지, 눈 좀 감아 봐.” “왜?” “긍깨 언능응” “그래 감았다. 자!” 다섯 살 된 둘째 손자 놈이 목에다 뭔가를 걸어 주었다. “대로 씨, 인제 눈을 떠도 되겠습니까?” “예, 됩니다.” “이거 목걸이잖아! 할아버지 주려고 대로가 만들었어?” “응, 크이쯔마쯔 선무이……” “와! 좋다, 정말 좋은 선물이네요. 대로 씨,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허리를 깊숙이 굽혀 절을 나부시 했더니 이 녀석, 사뭇 장한 일을 한 듯 내 목에 걸어준 목걸이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자기만족에 취해 있다가는 “하나부지 오느이 밤 싼따크오즈 오까?” 하고 물었다. “그럼.. 오고말고 우리 대로가 이렇게 착한데 안 올까 봐.”
“착한 아이드이 한 테만 와?“ 하며 갑자기 젖은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났다. “왜, 너한테는 안 올 것 같으냐?” “응.” “왜?” “나 함무이 돈 갖다 과자 사먹었잖아.” 하며 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그래서 네가 잘못했다고 빌고 용서 받았잖아?” “응, 받아쪄,” “그럼 걱정 안 해도 돼, 반성을 했으니 싼타 할아버지는 꼭 오실 거야, 너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데?” “돈.” “응? 도오온! 얼마나?” “백 원” “뭐어? 백 원언!!!”
너무나 뜻밖이어서 꼬치꼬치 물어 봤더니 과자를 사먹기 위해 훔친 할머니 돈을 갚을 것이란다. 나는 그 녀석을 오래오래 끌어 안고 싼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니까 네가 소원 하는 돈이랑 네가 좋아하는 선물을 오늘 밤 갖다 주실 거라고 달래 주었더니 다시 얼굴에 웃음이 번지며 두 팔을 번쩍 치켜 들고 깡총깡총 뛰어 다녔다.



‘무엇을 사서 이 녀석을 즐겁게 해 주면 좋을까?’ 손주녀석 덕분에 산타가 된 나는 어질러진 것들을 치우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목걸이가 자꾸 거치적거렸다. 무심코 벗어 버렸더니 “하나부지 목거이 왜 버섰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었다. 대답이 궁해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가! “응, 너무너무 좋아서” 하며 재빨리 다시 목에 걸었다.
그리고 사색의 숲길을 오래오래 거닐었다.

다섯 살 난 아이의 가치 기준으로는 옥이나, 금, 진주 목걸이보다 더 곱고 가치 있는
목걸이였을 것이다. 더구나 오전 내내 그걸 만드느라 얼마나 애를 썼겠는가! 아직 말초 신경이 덜 발달된 손가락으로 색종이를 오리고 색종이 끝에 풀칠을 하여 하나하나 고리를 연결 하는 것 조차도 너무나 벅차고도 힘들었을 것이다. 어른으로 치자면 자기의 총 재산을 다 털어서 또 자기의 온 몸을 던져 제작한 그야말로 혼이 담긴 선물이 아니었겠는가!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던 할아버지가 고마워서 보답 하고 싶어 생각해 낸 크리스마스 선물, ‘색종이 목걸이!’ 그리고 훔쳤던 할머니의 돈을 꼭 돌려 드려서 착해 지고 싶었던 때묻지 않은 아침 이슬처럼 투명하고 빛나는 그 순수한 동심. 아, 이보다 더 감동적인 선물이 어디 있으랴!

이십 여 년이 지나 그 녀석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그 목걸이는 내 가슴속에 닳지도 변하지도 않은 채 남아있다. 한 해 그리고 또 한해 세월이 더해질수록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선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오! 사랑하는 내 손자 최대로야, 나는 그날 내가 지은 “대로”라는 이름을 가진 네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옹골졌는지 모른다. 이대로만 자라게 해 달라고, 너의 이름에 담았던 이루지 못한 내 꿈까지도 너의 생 가운데서 최대로 이루며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할아버지 마음을 네가 알까?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밖에 선물 할 것이 없는 이 할아비는 오늘도 너를 위해 간절히,간절히 기도 하고 있느니라



학교와 핵교

할아버지, 할머니는 왜
학교를“핵교”라고 하시고
선생님은“선상님”이라고 한대요?

“너는 지금 학교를 다니지만
할머니는 핵교를 댕겨서 그래”

학교와 핵교가 달라요?

“그럼 다르지
학교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곳이고
핵교는 선상님이 가르치는 곳이거든”

늘 웃음꽃이 피는 우리 집
오늘, 할아버지께서 심은
아주 아주 재미난 웃음꽃씨
또 하나 오래 오래 피어나겠네

최기창 프로필

전직 교사 (초등)

1928년생 광주 출생
전직 국교 교사
2010년 1월 아동문예 신인상 수상
2011년 3월 국제문예 시부문 신인상 입상
한국아동문예작가회 회원
국제문예작가회 회원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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