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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의 삶속의 미술이야기13]나의 제자들에게

“선생님 저는 페인팅시간에 교수님께서 저에게 대단하다며 칭찬하셨어요!...저는 드로잉1을 웨이브 받았는데요!...” 대학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학원을 방문한 진난해에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의 수다중의 하나이다. 헤어지는 아쉬움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어느덧 어엿한 대학생의 모습으로 다시금 나를 찾아온 아이들, 반가운 마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올해에도 대학을 진학할 시니어 학생들이 하나 둘씩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나의 스튜디오를 떠나가고 있다. 몇몇의 학생들은 그동안의 대학 입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에 한국을 방문한 이들도 있고, 일부의 학생들은 포트폴링오 준비에 자유로운 작업을 못했던 한이라도 푸는 양, 여전히 늦게까지 이젤앞을 떠나지 못하고 열심인 이들도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대학을 위한 작업 때보다 훨씬 자유로운 그림들을 엮어나가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해 나가는 그림실력에 내 자신이 뿌듯해짐을 느끼곤 한다.
학원문을 열고 들어설때면 복도를 오가며 쉬고 있는 학생들에게 주의먼저 주었던게 나의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시니어들이 떠나버린 학원이 왠지 더 휑하게 와 닿는건 벌써부터 느껴지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게다.
한명 한명씩 떠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좀더 열심히 지도해 줄껄, 하는 아쉬움과 함께 서운함, 그리고 좀더 넓은 세계를 향하는 시기에 와닿았다는 점에서는 한없는 축하를 보내는 그런 뒤범벅이 된 마음이다. 시니어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는 그들의 성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미술에 관심이 있다며 학원문을 들어서던 일,이년 전의 그들의 사고가 아니다.
지금의 그들의 모습은 얼마전까지의 고민과 두려움, 그리고 충분지 못한 수면시간에 찌들어 있었던 그 들이 아니다. 고등학교의 졸업과 이미 대학 캔퍼스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에 열심히 외었던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 시가 떠 올랐다. 모든이들이 이 시를 읽으며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해석하게 되겠지만, 오늘 이처럼 내 가슴에 새롭게 와 닿는 것은 이들 학생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 이처럼 깊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새삼 내 스스로에게 놀라는 나를 느낀다.

바라만 보아도 예쁜 아이들,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들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어린 사랑스러운 조카들 같고 내 자식들 같게만 느껴지고 가까운 친구들 같게만 느껴진다,
학생들 한명 한명의 합격메일을 받을 때 마다 그들과 함께했던 기쁨의 시간들, 밤을 지새워 가며 그림과 학교 공부에 열심이었던 그들 노력의 결실이어서 더욱더 기뻤다. 작품 때문에 밤 늦게까지 화실에 있다보면 학교 숙제를 할 시간이 없어서 꼬박 밤을 새고 학교에 등교했다며 다음날 토끼눈을 하고서도 이젤 앞에 앉아있는 그들을 보고 어느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든 시간을 함께 해서인지 학생들 서로간에 이해도 남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자 학교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고 서로의 작품을 놓고 실랄하게 비판도 해주는 그런 모습들, 한 아이가 하루라도 화실을 결석하게 되면 무슨일일까 싶어서 서로가 미리 연락해 보는 아이들, 작품에세이를 쓰는 데도 서로의 의견을 제시해 주며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 그래픽 작업을 위해 주제가 될만한 아이디어 소재를 챙겨주는 이들의 모습은 결코 서로가 경쟁상대가 아닌 함께 하고자 하는 동료애를 보여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노력의 결과는 오늘의 이렇게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났다. 각자의 모습 속에서 보여지는 꽃 보다 아름다운 그들의 환한 웃음핀 모습은, 다른 여느 아름다운 꽃 보다도 더 가슴 설레게 만들고 있다.

‘포트폴리오제작’이라는 명목하에 우리들이 함께 시간을 한지는 그리 길지 않지만 아이들 한명 한명의 개인적인 문제, 그날의 아이들의 컨디션까지도 모든걸 읽어낼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작품제작 기간동안 한 순간도 아이들과 따로 된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밤 늦게까지 작업하는 아이들을 화실에 두고 퇴근을 할 때면, 집에 있어도 지금쯤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곤 했었다. 그렇게 이 아이들은 나에게 단순히 미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을 넘어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들에 대한 사랑을 하나님께서도 인정하셨던지 감사하게도 단 한명의 리젝된 학생이 없이 모두들 원하는 대학으로 그것도 좋은 성적과함께 기대이상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잘 진학해 주었다. 일부 학생들은 전액장학금은 물론 각 전공별 최고인 대학으로 부터 최고의 포트폴리오 학생에게 대학 총장이 주는 프레지던트 장학금까지 획득하는 영광을 안았다.. 대학발표가 끝나고 2~3개월간의 휴식시간에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화실에 나와서 드로잉 스킬과 페인팅, 그리고 컴퓨터아트를 공부하고 있는 몇몇의 이들을 보면 자신들이 나가야 할 진로에 대한 성실성에 다시한번 신뢰감을 느끼기도 한다. 포트폴리오 제작 때와는 달리 제법 여유있는 자세로 훨씬 더 자신감 있는 연필선을 내 보이는 그들, 나름대로 시간을 내어서 자신들이 다닐 학교를 미리탐방해 보기도하는 그들의 열성은 몇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기에 충분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서로 헤어지는 아쉬움에 한 컷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아이들은 각자 나에게 약속한다. “ 선생님, 제 분야에서 제 나름대로 새로운 한 패턴을 긋는 사람이 되고자 열심히 할께요, 그리고 꼭 제가 있는 곳에 방문해 주셔야 되요…” “ 선생님, 우리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캘리포니아 에서 번갈아 가면서 일년에 한번은 꼭 뵈요… 선생님, 제가 직접 디자인 한 옷을 입으실 때가 있을 거예요… 선생님 하우스는 제가 설계합니다…명화가 될 에니메이션을 제작할 겁니다….” 기쁨과 서운함의 눈물이 함께 어울어진 미소를 보이며 허그하는 그들의 가슴에서 진정한 깊은 사랑이 내게 뜨거움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긴다. 다음 학생들을 위해 더욱더 노력해 달라고… “ 사랑한다, 그리고 너희들을 믿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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