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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쌓아두는 게 아니라 나누어야 합니다!”

책 빌려주는 남자 백상열씨… 20여년간 모은 인문학 도서 나눠 읽기 실천

“책은 빌려줄 생각도 말고 일단 빌려줬으면 받을 생각도 하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무릇 남의 물건을 말없이 훔쳐 가면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유독 책만큼은 도둑질이라는 행위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관습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여하튼 그런 통념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자청해서 책을 빌려주겠다는 이상한(?) 남자가 있다. “빌려 주었다가 못 돌려받더라도 원하는 책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이해 못할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책들을 나눠주고 있는 사람. 바로 백상열씨다.

그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책들은 지난 20여년간 자신이 직접 하나 둘씩 사 모은 것으로서 주로 종교, 역사, 철학에 관한 도서들과 고전 문학류이다. “나의 메마른 정신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어 준 책들이죠. 무미 건조한 이민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활력을 준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자신의 애서(愛書)들에 대한 백상열씨의 고백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소중한 책들을 공개적으로 빌려주기 시작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상열씨는, “처음엔 나의 지적 욕망을 위해 책을 사 모았지만 집안 곳곳에 책이 쌓이게 되자 책은 책장에 있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달라스 한인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기자가 백씨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이런 통로를 거쳐서였다. 평소 읽고 싶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백씨가 이를 보고 자청해서 책을 빌려주겠다고 연락이 온 것. 그런 인연으로 만나 사정을 들어보니 요즘은 본업인 부동산 컨설팅외에도 책을 전달하러 다니는 일이 잦아져, 직업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책장에만 갇혀있던 책들이 하나 둘 세상으로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지게 함으로써 백씨는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기쁨을 누리는 듯 하다.

“이민생활, 참 팍팍하고 건조합니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식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도, 삶의 의미도 망각한 채 살기가 쉽죠. 젊었을 땐 그저 골치 아프고 어렵기만 했던 인문학 서적들을 나이 들어서 다시 읽게 되면서 ‘아,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며 무릎을 치는 순간들이 많아요. 더 늦기 전에 책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내가 책을 통해 느낀 기쁨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백상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단순히 책이 아닌 새로운 꿈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연락처 : sangypaek@yahoo.com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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