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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조신 설화와 구운몽

김윤회/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신라시대에 명주에 세규사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이 절에 논과 밭을 관리하는 조신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이 스님이 명주 태수의 딸에게 반하고 말았습니다. 조신은 날마다 관음보살 앞에서 그녀와 인연을 맺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하루는 관음보살 앞에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태수의 딸이 예전부터 스님을 사랑해 왔으니 부모의 눈을 피해 함께 도망가자고 했습니다. 조신은 기뻐하며 그 길로 그녀와 함께 도망쳤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살면서 다섯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가난으로 인해서 생활은 말이 아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열다섯 살 되는 큰 아이가 굶어 죽고 말았습니다. 또 열 살짜리 딸이 밥을 얻어오다가 개에게 물리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각자 헤어져서 살길을 도모하기로 하고 아이 둘씩을 데리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때 날이 밝으며 잠에서 깨어났는데 모든 것이 조신의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조신의 수염과 머리털은 밤새 하얗게 변했고 평생의 고생을 다한 듯 했습니다. 조신은 크게 반성하고 그후로 세속의 욕망을 모두 버렸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조신설화’의 내용입니다.

당나라 때 육관대사라는 도승의 제자 중 성진이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가서 용왕의 대접에 술을 몇잔 마시고 돌아오다가 여덟 명의 선녀를 만났습니다. 절로 돌아온 성진은 선녀들을 그리워하며 속세의 부귀 영화를 꿈꾸다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고 맙니다.



여덟 선녀 또한 인간 세상으로 쫓겨 납니다.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하고 부귀와 영화를 마음껏 누립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 여덟 명의 선녀들과 차례로 인연을 맺어 2명의 부인과 6명의 첩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벼슬에서 물러나 자신의 거처에서 화목한 생활을 하던 양소유는 옛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낍니다. 결국 세상 부귀를 모두 버리고 불가로 귀의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스승인 육관대사가 나타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소유는 다시 수행승인 성진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 누렸던 부귀영화가 모두 하룻밤 꿈에 불과함을 알게 됩니다.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의 내용입니다.

똑같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조신과 성진의 삶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조신과 성진은 모두 세상사에 대한 욕망이 헛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가난과 고통의 세월이었고, 한 사람에게는 성취와 획득의 과정이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모두 또한 인생사에서 여러 가지 굴곡있는 삶을 겪게 될 것이고 거기에서 또 깨달음을 얻게 될 겁니다.

저는 교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이 얻는 깨달음이 조신과 같은 실패와 좌절의 과정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 삶의 궁극은 행복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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