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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이세돌과 기계의 대화

김윤회/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바둑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겁니다. 상대의 작전을 미리 파악해서 상대가 두고 싶은 자리를 먼저 차지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의도대로 하지 못하도록 방해가 되는 수를 자꾸 두는 거지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도 하나의 수법입니다. 본래 바둑에는 돌의 흐름이 있고 모양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하고 변칙수를 놓는 겁니다.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룰 때 쓰는 수법인데요, 하수같으면 익숙하지 않은 수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맞수끼리의 바둑에서 이런 수가 나오면 무시당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로 과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바둑을 두면서 화가 나거나, 당황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되면 바둑을 그르치기가 십상입니다. 지난 주에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을 벌인 이세돌 9단이 이런 심리전의 대가입니다. 이 9단은 바둑의 수를 읽는데서는 세계 최강입니다. 그래서 무모할 정도로 강한 수로 도발하곤 했는데 상대 기사들은 이세돌의 힘에 종종 당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에게는 이런 심리전이 통하지 않았네요. 이번 대국 전에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4대1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대국은 1대 1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바둑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이었습니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모든 기보를 분석하고 다알고 있었지만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처음 세 판은 알파고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첫판에서 이세돌은 변칙수를 던져서 알파고의 수준과 대응능력을 파악합니다. 고수들끼리의 대결에서 변칙수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리스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판에서 큰 싸움없이 작은 바꿔치기만 하면서 알파고의 계산과 운영 능력을 보았고, 셋째판에서는 거친 싸움 바둑을 벌이면서 알파고의 전투력을 테스트했습니다. 결과는 세판 모두 알파고의 승리였습니다. 넷째판이 되어서야 이세돌은 인공지능의 생각과 언어를 이해하고 자기의 교만과 고정 관념을 내려놓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관점에서 실제 대국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이세돌은 비로소 자기 바둑을 둡니다. 사람들은 이 대국에서 알파고가 예측하지 못한 묘수를 두어 이세돌이 이겼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초고수들끼리의 바둑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묘수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더구나 1000만판 이상을 훈련했다는 초수퍼 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세돌은 상대의 세력 속에 있던 자기 돌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냈고, 알파고는 그걸 잡는 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이세돌이 자기의 약한 돌을 방치한 채로 더 많은 집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돌을 잡지 못한다면 알파고가 이기는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알파고는 이상한 수를 남발하다가 항복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넷째판은 이세돌의 완승입니다.

바둑은 수담이라고 합니다.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는 말입니다. 이제 인간은 비로소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의 언어를 이해하고 처음 대화를 시작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맨 앞 자리에 한국기사 이세돌이 있었습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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