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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육룡이 나라샤

김윤회/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조선 초기에 쓰인 시가 문학 중 ‘용비어천가’란 것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이 문자가 실용성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자들에게 짓도록 시킨 것이 이 노래입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국어를 공부하신 분들 중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용비어천가의 처음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해동 육룡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이를 현대어로 해석하면



‘우리 나라의 여섯 용이 하늘로 날아 올라서, 하는 일마다 하늘의 복을 받으니.’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여섯 용은 세종대왕 위로 여섯대의 선조들, 목조. 익조. 도조, 환조, 태조, 태종을 나타냅니다. 태조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 지칭하는데 이성계의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이미 하늘의 뜻에 의해 조선을 건국할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뒷부분에서는 이들에게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중국의 역대 성군들의 행적과 비교하면서 그것이 다 하늘의 뜻이었다고 결론짓습니다.

대부분 만들어낸 이야기이지요. 고려의 신하였던 이성계가 반역을 일으켜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이 노래는 그런 여론을 무마하고 원래 조선은 하늘이 예정했던 나라라고 하여 건국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이었다고 할까요? 제목부터 ‘용이 날아 올라 하늘의 명을 받드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용비어천가를 포함한 악장문학 갈래 자체가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악장은 그 생명력이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명문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휘 기픈 남간 바람에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이 구절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많으니라/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로 가느니라.’라는 뜻입니다.

조선을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에 빗대어서 튼튼한 기반 위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이루기를 축원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불순한 창작 동기와 달리 이 구절만큼은 많은 사람들에게 옳고 곧은 것의 상징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얼마전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최강의 프로기사와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인간들이 자신의 많은 영역을 기계에게 내주게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미 과거 산업 혁명 때 인간은 자신들의 역할을 기계에게 빼앗겼던 경험이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의 세계는 이념과 종교, 성역할, 부의 분배에 있어서도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더 튼튼한 뿌리와 중심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억압이나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더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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