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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여행기]이탈리아 아나카프리

이탈리아 카프리의 서쪽 지역 아나카프리
사랑을 꿈꾸면 카프리로 가세요

세이렌꽃 향수의 매혹적 향기 흩날리고
‘산 미켈레 이야기’책의 주인공 빌라 유명
잉크를 풀어놓은듯 ‘푸른동굴’ 꼭 방문

카프리 섬에서 그녀를 만난 것은 묵은 호두나무 아래였지. 그녀는 새벽의 장미처럼 상큼 발랄했어. 그러나 운명은 그녀와 나를 연결시키지 않았지. ‘나에게 사랑의 말을 걸어주지 않겠어요’하고 말하니, 그녀는 ‘그냥 가시는 것이 좋을 거에요’라고 대답했네. 손에 입맞춤 했을 때 그녀의 손에는 약혼 반지가 끼어 있었지. 오! 잘 있거라, 카프리 섬이여! 카프리 섬(Isle of Capri)은 1934년 북아일랜드의 지미 케네디가 작사하고, 빌헬름 그로츠가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은 너무 유명해 수 많은 가수들이 노래했고 알 보울리 오케스트라 외 많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이 선을 보였다. 노랫말처럼 카프리 섬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마음이 열리지 않을 수 없다. 에메랄드빛 바다 하나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이처럼 사로잡으니 말이다.

카프리는 마리나 그란데 항구 위쪽에 있는 카프리와 서쪽에 있는 아나카프리 두 마을로 나뉘어 진다. 아나카프리로 가려면 마리나 그란데에서 택시(25유로) 또는 버스(1.8유로)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한다. 아나카프리에 도착하면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여행객을 반기며 그 사이로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골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가면 1510년에 지은 성 소피아 교회가 있다. 내부에는 중앙 예배당이 있고 왼쪽 측랑에는 2005년 선종한 요한 바로로 2세 교황의 인자한 그림이 있다. 오른쪽 측랑엔 작은 예배당이 있어 언제든지 사람들이 기도드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나카프리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까르뚜지아(Carthusia) 향수 광고다. 까르뚜지아는 카프리에서 나는 세이렌꽃으로 만들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향수이기도 하다. 또한 세이렌 소리는 영혼을 매혹시켜 한 번 들으면 빠져 나올 수 없듯이 세이렌 향수의 냄새 또한 매혹적이다. 생산량이 적어 세계적으로 모두 보급하지는 못하고 카프리 현지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나카프리는 세라믹 제품도 유명하다. 세라믹 아트타일로 구워 낸 장식용 큰접시, 조각품 등을 구입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잘 포장해 배달해 준다.

골목에는 레스토랑도 많다. 나폴리가 가까워 그런지 마리나라 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먹을만 하다. 카프리 섬 최고의 비경을 보려면 ‘세조비아 몬테 솔라로’ 빌딩으로 가야 한다. 몬테 솔라로는 1시간을 걸어 올라 가도 되지만 의자식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가는 것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12분 정도 올라 가는 리프트에 앉으면 카프리 섬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1인용 의자라 무서울 듯 하지만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589m 정상에서 가장 전망좋은 장소는 파라리오니의 석회석 바위가 있는 오른쪽 절벽이다. 장대한 석회석 중앙 동굴로 보트가 질주하는 풍경은 카프리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다. 힘든 여정 잠시 내려 놓고 낚시를 하거나 가만히 누워 사색하는 멋 또한 삶에 여유로운 모습이다. 몬테 솔라로를 둘러싼 초록색 나무들과 하늘을 품은 바다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 싶다.

섬의 남서부 끝에 자리 잡고 있는 푼타 카레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이다. 1866년에 세워진 등대는 티레니아 해에서 카프리 섬의 위치를 알려 주는 중요한 등대다. 이곳은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수영과 스쿠버 다이버가 가능하다. 깊은 바다로 들어 가면 다양한 물고기들과 산호초를 볼 수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만의 환상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 섬의 끝이라 인적은 드물지만 보트가 있는 해안가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아나카프리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있다면 빌라 산 미켈레를 꼽을 수 있다. 산 미켈레는 원래 티베리우스 황제가 카프리에 지은 여러 별장 중 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별장은 세월이 흐르며 채플로 변했고 황폐해진 채플은 스웨덴 출신의 악셀 문테가 사들였다. 젊은 문테가 의학박사 및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카프리를 방문한 것은 1876년. 문테는 카프리 섬을 방문하자 경이로운 섬에 매력에 듬뿍 빠져 들고 만다.

1884년에는 나폴리의 전염병 진료를 돕기 위해 나폴리를 방문했다가 다시 카프리를 찾았다. 아마 이때부터 문테는 다 쓰러져 가는 산 미켈레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1887년, 빌라를 사들인 문테는 자신의 생각과 영혼을 담아 빌라 산 미켈레를 꿈의 집으로 완성시킨다. 문테는 빌라 짓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몇 년동안 로마에서 의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존경하고 슈베르트 가곡을 즐겨 불렀던 문테는 글쓰기를 좋아한 작가이기도 했다.

1929년에는 빌라 지은 이야기를 기록한 ‘산 미켈레 이야기’ 책을 발간했다. 이책은 전세계 50개국에서 번역됐으며 7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재출판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문테는 1949년 스웨덴 정부에 빌라를 양도했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프리 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푸른동굴(Grotta Azzurra)이다. 동굴은 길이 60 m, 너비는 25 m, 동굴 입구의 넓이는 2 m, 높이는 1 m가 전부다. 이런 이유로 동굴로 들어가는 것은 조수가 낮고 바다가 평온할 때만 가능하다. 들어갈 때도 나룻배에 탄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야 하며 머리는 뒤로 제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뱃사공은 바위에 연결된 줄을 힘껏 잡아 당기며 동굴로 들어 가는 것이다.

푸른 동굴은 2000년 전 티베리우스 황제가 수영하러 자주 찾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과 수질 선명을 위해 수영은 금지돼 있다. 푸른동굴 안에서 바라 보는 바다색은 잉크를 풀어 놓은 듯 신비롭기만 하다. 빛이 동굴로 물을 통과하면 적색 반사는 걸러지고 동굴에는 푸른색만 들어 오기 때문이다. 불과 5분 정도 머무는 푸른동굴이지만 여행자는 이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게 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입장료도 만만치 않은데 카프리에 가면 꼭 푸른동굴을 방문할 필요가 있을까? 나의 대답은 물론 ‘예스’다.

여행팁: 푸른동굴 오픈 시간: 오전 9am-5pm(바다가 잔잔할 때)
푸른동굴과 카프리 섬 보트 투어(18유로)+푸른동굴 입장료(4유로)+나룻배(9유로)+팁(5유로)=36유로
보트 투어는 멀미하는 사람이 많아 버스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 요금(7.2유로)+푸른동굴 입장료(4유로)+나룻배(9유로)+팁(5유로)=25.2유로
솔라로 산 1인 리프트: 산까지 왕복(11유로), 편도(8유로)
빌라 산 미켈레 입장료: 7유로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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