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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누룽지의 향기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06/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9/06/14 19:29

밥맛 없을 때는 누룽지를 물에 말아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누룽지의 구수한 향기는 밥물에서 생성되는 수용성 당질과 아미노산이 밥 밑에 스며들어 향기가 나게 마련이다. 누룽지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중금속과 독소를 해독하며 면역력을 강화하며 쌀인 산성 식품을 태우는 과정에서 약 알칼리로 전환이 된다. 한국의 가마솥 누룽지 밥은 듣기만 해도 구수하다. 숭늉 한 대접 마시면 기운도 나고 커피 생각이 싹 사라진다. 오늘 아침 누룽지 밥 한 그릇을 비우고 피트니스로 달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다짐을 해도 제대로 실천이 안 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꽤 많은 사람이 나와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런데 요즘 프리웨이는 자동차 전쟁이다. 죽을 줄 모르고 추월 경쟁이 벌어진다. 재미가 있는 것인지, 남에게 과시하려는 건지,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운전 건강' 관리는 안중에도 없다. 출퇴근 시간이면 항상 긴장되며 마음을 졸인다. 그들에게 구수한 누룽지 숭늉을 한 대접씩 대접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

그뿐인가. 이곳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곳에 갈등의 양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대결, 노사관계, 교회의 분쟁 모두가 누룽지의 향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십 년 이상을 같은 교회에서 같은 밥을 먹고 지냈어도, 헤어질 땐 말 한마디 없이 떠나는 사람들, 고통 분담과 동고동락을 강조하며 기도생활 했던 사람들, 배려와 신뢰, 사랑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뿐이다.

코인 론드리에 왔다. 동전을 바꾸어 빨랫거리를 넣었다. 세탁제 넣는 장소가 어디인지, 스타트 버튼도 잘 안 보인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그 많은 빨랫거리를 가지고 와 열심히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니 삶이란 이런 거구나, 또 한번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얼마 전 입으로 운전하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입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땀흘리며 몸으로 일하는 사람이 더 위대한 것 같다. 체격 좋은 스패니시 남자들이 많이 왔다. 남자도 나이 들면 가사일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요즈음은 남자도 가사일을 잘하는 것 같다. 깨끗하게 빨래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나니 마음이 개운해 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집안 일을 하는 것도 노후에 재미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은 물질적인 풍요에만 매달려 살고 있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많은 돈이 있지만 남을 위해 쓰지 않는다고 하고, 일본 사람들은 적게 가지고 있지만 남을 위해 잘 쓴다고 한다. 다시 한 번 하늘을 바라보며 누룽지의 향기가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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