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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소마와 사륵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수님은 이것을 비유로 말씀하지 않으셨고, 군중도 이 말씀을 예수님의 살덩어리로 이해했다. 그래서 군중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우리에게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예수님은 최후만찬 때 제자들에게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라고 하셨고, 오병이어 사건 이후 당신을 찾아 온 군중에게는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고 하셨는데, 이때 사용된 당신의 몸을 지칭하는 단어가 다르다. 우리말에서도 '몸'과 '살'로 구분해서 사용하듯이 최후만찬 때에는 그리스어로 '소마'에 해당되는 단어를 쓰셨고, 오병이어 사건 때에는 그리스어로 '사륵스'에 해당되는 단어를 쓰셨다.

'소마'는 인간의 아름다움, 위대함, 사랑 등 '인간다움'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예수님은 미사 때마다 신앙인이 하느님의 자녀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신다. 반면, '사륵스'는 인간의 나약함, 죄스러움, 어리석음 등 '부정적인 인간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지지리도 못난 인간성을 지칭하는 사륵스, 곧 나와 너의 사륵스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우리에겐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습과 남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모습도 있지만, 감추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은 모습도 있다. 도무지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모습이 곧 나의 사륵스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을 먹지 않으면, 나는 살지 못한다. 또한 이웃에게도 그들만의 사륵스가 있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생명의 길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예수님은 공생활 시초부터 제자단을 형성하셨다.

우리는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을 공동체 생활을 통해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성당에 나와서 상처 받고 사람을 미워하게 되었다. 차라리 혼자 조용히 예수님 믿으면서 살련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것은 실은 악의 유혹이다. 그런 마음으로 혼자 신앙생활하시는 분은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이 아닌, 자신이 만든 하느님을 믿을 확률이 높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면서 좋은 가르침을 섭렵하겠지만, 정작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라는 주인이 똬리 틀고 앉아 하느님 행세를 한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공동체를 원했다. 우리는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많은 사륵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역량을 강화하여 참된 신앙인으로 거듭난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 그것은 사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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