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최저 득표…극우 입성 첫 허용

독일 메르켈 4연임 성공
여론 조사와 다른 결과 나와
4기 집권에도 득표율 저조
자민당·녹색당과 연정 가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선 결과 4연임에 성공했다.

메르켈은 16년간 집권한 정치적 스승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나란히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집권 중도우파 연합의 득표율은 낮은 대신 극우 정당의 약진이 뚜렷했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3위를 차지해 2차 대전 이후 나치를 추종하는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출구조사 결과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민주(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2~33.5%,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20~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극우정당 AfD는 13~13.5%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유민주당(FDP) 10%, 좌파당과 녹색당이 각각 9%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메르켈은 4기 집권의 장을 열게 됐다. 하지만 2013년 총선 때 41.5%였던 지지율은 32%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현 집권 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은 출구조사 대로라면 전후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보일 전망이다.

메르켈의 발목을 잡았던 난민 문제가 유입 난민 수의 하락으로 잠잠해지면서 메르켈은 선거 내내 최대 라이벌인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에 앞섰다. 슐츠는 메르켈과의 정책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메르켈은 연정을 꾸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2기 내각에서 연정에 참여했던 FDP가 우선 파트너로 꼽힌다.

그래도 과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녹색당까지 세 정당의 상징색인 검정, 노랑, 초록이 자메이카 국기의 색과 같다고 해서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린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사민당 내에선 기민당 연합에 참여할수록 정당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대연정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다르게 메르켈이 사민당과 대연정을 할 경우 극우 AfD는 제1야당이 된다. 의회 부의장과 예산위원장 등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 난민 정책과 유럽연합(EU) 문제 등에 대한 시각이 전혀 달라 무난하게 법안이 처리돼온 독일 의회의 양상이 대립과 견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유세계의 총리'로 불리는 메르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응과 국내 양극화 해소가 숙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