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터치할 때도 동의 구해야…오하이오주 안티오크 대학
'성관계 모든 단계서 동의' 규정
1990년부터 학생 자율로 채택
오하이오주 남서부에 있는 옐로우 스프링스에 소재한 안티오크 대학에 방문하는 사람이 받는 문서(각서)다. 이에 동의해야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합의된 성관계를 의미하는 '노 민스 노(No means no)'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가 미 대학가의 화두가 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최근엔 '미투' 운동이 일면서 세계적 과제가 됐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꼽히는 안티오크대는 훨씬 빨랐다. 1990년 성 추문이 제기되자 몇몇 학생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동의에 의한 성관계' 룰을 만들었고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듬해엔 대학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됐다. 이른바 'SOPP(Sexual Offense Prevention Policy·성범죄 방지정책)'다. 성적 관계 시 구두로 소통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의 침묵은 긍정이 아니란 내용이 담긴 8쪽 분량의 문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끊임없이 공유한다. 캠퍼스를 찾는 외부인들에게도 각서 형태로 제공된다.
안티오크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초기부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반신반의가 대부분이었고 상당수가 냉소적이었다. 당시 AP통신은 "동의가 없으면 포용도 키스도 안 된다(No huggy, no kissy without a yes)"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안티오크대는 진화하고 있다. 개인의 사적 공간(가족·친구의 경우엔 30~120㎝) 안으로 진입할 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포옹·키스는 물론이고 터치도 해당된다. 다른 도시의 싱크탱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한 재학생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무심하게 다른 이들을 툭툭 치는 걸 보고 놀랐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 어깨를 건드리곤 하는데 안티오크에선 건드리기 전에 양해부터 구한다"고 말했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말·감정까지도 염두에 둔다는 얘기도 있었다. 일종의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일상에서의 미묘한 차별)'에 대한 의식이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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