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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2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0)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단둥까지 무사히 도착할지 의문이었지만 압록강을 건너는 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을 때가 있다. 단동까지만 무사히 오면 압록강을 건너 뒤뚱뒤뚱 한반도를 남북으로 달리는 평화의 퍼스트 펭귄이 될 거라 확신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과 시련 속에서 달려 무수한 고난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난 훗날 젊은이들과 맥주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두려워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노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일을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 단둥 도착 며칠을 앞두고 서울에서 응원단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평화통일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여서 '평마사'라 한다. 평마사 사무총장으로 수고하는 김창준과 나와 같은 마라톤클럽의 백형식 형과 전주에서 김안수씨와 경기도에서 김종익씨가 와서 동강까지 함께 달렸다. 이제부터는 조중 국경지역이라 중국공안이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달리지도 말고 구호도 외치지 말며 더욱이 현수막은 들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가 떨어진 상태에서 눈치껏 조심하며 달렸다.

동강까지 달리고 마지막 단둥 철교까지 한 구간을 남겨놓고 심양, 푸순 환영문화에 참가하려 심양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송인엽.박민서.연상흠씨 등을 만나서 다음날 일찍 푸순의 교포가 운영하는 신안 민속촌으로 이동하였다. 벌써 동포들로 구성된 풍물패와 동포들로 꽉 차 있었고 입구에는 '환영 강명구 마라토너의 유라시아 평화의 길'이라는 현수막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이곳에서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이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였다.

250여 명이 함께 김봉준 화백의 평화의 띠 그림을 이어 들고 풍물패의 길맞이 행사가 이어지고 이장희 상임대표의 경과보고와 김성곤 전 의원의 축사, 조선족 대표가 환영사를 해주었다. 황량한 벌판에서 뜨거운 생명력과 근면함으로 일어선 이곳의 동포들의 통일 열기가 더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조국의 화해와 통일을 목말라 했던 동포들, 지금 조국은 둘로 갈라졌지만 이들 기억 속에서 조국은 언제나 하나였다, 조중 접경지역이라서 더 뜨겁고 간절할 지도 모른다.



조국의 통일은 정상들끼리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마주잡는다고 오지 않는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부둥켜 안아야 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간절히 북녘 땅 대동강변 버드나무 아래서 세계적인 평화의 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지기를 제안한다. "남한, 북한 시민 5만씩 재외동포와 세계시민 포함하는 약 15만이 대동강맥주와 남한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 손을 마주잡고 축제를 벌이자. 이념을 뛰어넘는 어울림 속에 마음의 분단선을 지워버리자."

누구보다도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먼저 바다 속 같이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유라시아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내 발걸음에 수많은 남북한 시민들, 해외동포들 세계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얹어졌기에 나는 기꺼이 퍼스트 펭귄이 되어 압록강을 뛰어 넘어 이 슬픈 강을 기쁨의 강으로 영원토록 흐르게 하고 싶다.


강명구 / 수필가·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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