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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환자-의사 관계는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3/23  7면 기사입력 2019/03/25 06:52

의사 처방 협력하고 따라야 최대의 치료 효과 기대

맹종 아닌 양뱡향 소통과 다른 의사와 재상담도 권리

사람들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병원 침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내려다보는 의사는 아버지의 입장이요, 불안한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하며 누운 환자가 의사를 올려다보는 눈길은 자식의 그것에 비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일방적이기 쉽다. 즉 의사가 처방하고 지시하는 대로 환자는 별 생각 없이 따라가기가 쉬운 것이다. 육체적으로 약해져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의 말에 깊은 생각 없이 순종하게 된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편도의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쪽의 동의를 요하는 쌍무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 해야 한다는 말이다. 환자는 의사의 말에 무조건 맹종하지 말고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시 말해 충분한 이해관계가 성립되고 치료에 대해 수락을 한다면, 환자는 의사가 추천하는 여러 치료 요법이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의사의 처방에 철저히 협력하며 따라주는 것은 환자의 임무이기도 하다. 또한 재상담에 대한 권리 인식이 뚜렷해져야 한다. 즉 의사의 조치에 어떤 의문점이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환자에게는 다른 의사와 재상담을 하고 다른 의견을 구할 권리가 있다. 재상담을 받고 싶으면 서슴지 말고 상담해야 할 것이며, 이를 추진토록 의료진에게 도움도 마땅히 청해야 할 것이다.

재상담을 받고자 할 때나 아니면 다른 전문의에게 의뢰를 받고자 할 때 많은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사에게 물어 오는 것을 어려워한다. 누구 말대로 정에 이끌려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20년 동안 봐준 의사 선생인데… 혹은 같은 교회의 장로님인데… 어떻게 미안하게 다른 의사를 볼 수 있겠느냐'는 등의 사고방식은 자신의 건강은 물론, 가정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협력하는 자세

성공적인 임상의 비결 중 하나는, 자신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료진에게 협조하는 환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의 현실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심각한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데도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혈압과 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하지도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비즈니스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술과 담배를 전혀 줄일 생각이나 노력을 하지도 않으면서 속이 계속 불편하다는 사람들, 간염이 있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어떤 버섯과 민간요법이 좋다고 매일 이를 복용하는 사람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사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이 씨는 1년 전부터 비리아드라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비리아드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 대부분 복용 후 3~4개월 정도 안에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약이다. 약을 복용하고부터는 간 기능 검사인 ALT 수치가 350이던 것이 서서히 70 아래로 줄어들었고, 9개월 후에는 DNA 수치도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이 씨가 갑자기 피곤이 심하다고 병원을 찾은 것은 비리아드를 복용하기 시작한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검사를 해보니 ALT가 900으로 올랐고, 약간의 황달까지 있었다. 바이러스 DNA 수치 또한 비정상으로 상승되어 있었다. 비리아드 외에는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는다는 이 씨는 다시 활동성 간염 증세를 나타낸 것이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 문제, 새로운 간염 바이러스 감염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였으나, 답이 쉬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이 씨를 다시 불러 물어보았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지난 3~4개월 동안 다른 병원이나 약국에 가신 적은 없습니까? 주사를 맞거나 약을 지어 먹거나, 아니면 간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새로 먹기 시작한 것은 없습니까? 아무 부담 느끼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이 씨는 좀 주저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제 생각엔 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만… 2개월 전부터 다른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알약 세 가지를 매일 복용해 왔습니다. 간염 치료는 그렇게 몇 달만 받으면 낳는다고 해서… 친구 한 사람이 너무 좋아졌다고 해서요. 그런데 왠지 기분이 이상하고 몸도 가렵기 시작해서 그곳엔 더 이상 안 가게 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씨가 찾아갔다는 병원은 병원이 아니었고, 그에게 주사를 주고 약을 처방해 준 사람도 정식 의사가 아니었다.

참으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필자의 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아 오던 인텔리인 이 씨가 잘못된 의료 정보에 현혹된 것이 믿기 어려웠다. 여기에는 의사인 나 자신의 책임도 있을 것이었다. '내가 이 씨에게 충분한 설명과 진료를 못해 주어서 그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내 나름대로의 자책도 해보았다.

아무튼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상호적인 쌍방향의 관계를 말하며, 한번 이러한 관계가 성립되면 환자는 의사의 치료에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최대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환자가 올바르게 순응할 수 있도록 의사가 뒷받침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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