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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두고 온 하늘

정순덕 / 수필가
정순덕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3/26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03/25 16:14

'인연으로 이루어진 세상 모든 것들은 빠짐없이 덧없음으로 귀결되나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 일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헤어짐과 만남의 반복이기에 세상의 모든 인연은 회자정리이니라.' 불교의 열반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살던 땅 조국이나 미국 태생 활에서 첫 번 와서 짐을 풀고 삶의 터전을 닦던 하늘을 그리워한다. 두고 온 하늘은 그리움이 됨을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15년전 부푼 가슴을 안고 이곳 플로리다로 은퇴했을 때만 해도 보이는 길은 모두 뚫린 길이요, 마음과 몸은 또 한 번 젊음을 만나는 듯 매일 건강하게 지내면서(골프), 바쁜 매일의 삶이 더없이 즐거웠다. 하지만, 우리는 NY에서 오랜 세월을 산 사람이라 지금까지도 철새처럼 한여름 무더운 때는 그곳을 찾는다. 무심한 세월은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는데 뉴저지와 플로리다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어 짜증을 부리면 큰딸은 넌지시 제안을 한다. "엄마!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오가며 우리가 가고 싶었던 곳을 여행한다 생각해요…!" …해서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뉴저지, 플로리다를 오가며 참으로 아름다운 산천을 많이 둘러보았다.

메릴랜드에서 버지니아로 연결되는 총 23마일의 체사피크 브리지와 해저터널은 너무 아름다웠고, 노스케롤라이나주의 애쉬빌에 Biltmore Estate는 프랑스 르네상스풍 샤토양식의 건축물로 1800년대 후반 조지 워싱톤 밴더빌트에 의해 지어졌으며 그 웅장한 정원이며, 7층 높이의 연회장, 만여 권의 장서들이 담겨진 도서관 등 실로 장관인데 오늘까지도 밴더빌트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다. 늦가을의 단풍을 즐기며 Blue Ridge parkway를 달리는 기분은 과연 미국의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라 자탄하곤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늘그막에 만난 FL 우리마을 '꽃동산'의 친구들이 이변을 겪게 된다. 십여 년이 지나면서 그렇게 건강하던 친구들이 여러분 떠나시고 여러분들이 치매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들의 삶의 찾아오는 당연한 노년의 증상이라 생각한다. 해서 우리는 오늘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골프를 치곤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두 세 명만 모여도 말들이 많은 것이 오늘 50여 가족이 사는 곳이니 어찌 이곳 또한 말이 없겠느냐마는 낡음을 함께 한다는 의지 아래 친구인 우리라 웬만한 일들은 그러려니 하고 잘들 지내고 있다.

생각하면 지난 십여 년의 플로리다의 삶은 일장춘몽과도 같은데, 맑은 공기 찬란한 햇빛 푸른 하늘을 나는 한없이 사랑한다. 하늘에 떠다니는 변화무쌍한 구름은 쉬지 말고 계속 꿈을 지니라고 속삭인다. 나는 문득 또 한 번 부푼 가슴은 안고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오랜 꿈에서 깨어나 아들, 딸, 손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꿈을 꾼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의 삶의 세 번 꿈을 꾸었는데 자식들을 키우며 삶을 수놓던 그 시절, 은퇴해 푸른 하늘 아래서 친구들과 삶을 즐기던 시절, 손자들과 말년을 수놓고 싶다는 그 꿈, 그러기 위해서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두고 온 하늘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골프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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