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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창으로 내다보는 세상

사월에서 오월로 가는 길목에 작은 창이 나있다/ 그 창가에 붉은빛이 서로 다른 꼬마장미 몇 분 &, 얼룩 고양이/ 타오르는 숲길 하나가 지금 창밖을 지나간다/ 침목처럼 가로누운 나무그림자들/ 길 가장자리 밝은 그늘에 어느날의 당신의 의자를 놓고 앉아 있다/ (...)/ 그림자의 침묵을 밟고 당신을 태운 기차가 지나간다

-류인서 시인의 ‘창’ 부분

“한 사람의 죽음은 슬픔이지만 백만의 죽음은 통계다.” 스탈린이 한 말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다만 날마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가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서 다수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죽음은 어떤 죽음이든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다. 천수를 다 누린 죽음이건 요절이건 한 사람의 인생을 아우르던 자취가 잔물결처럼 무늬를 만들며 최대의 예를 갖춰 작별을 고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전염병으로 늘어난 죽음은 그저 무자비한 통계수치로만 간주하는 것 같다.



유발 하라리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라는 글(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이 많은 사람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사피엔스’ ‘호모데우스’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스라엘의 역사학자다.

역사적 관점에서 다가올 시대를 내다보는 글을 많이 써온 그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시스템이 상당 부분 바뀔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이전의 전염병과는 그 층위가 다르게 광범위하게 전염되고 확진이 빨라 진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들은 긴급조치를 취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다.

이때 전체주의 감시체제와 시민자율권이 선택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명분으로 감시 권한이 근접감시에서 초밀착 감시를 하게 될 터이고 이를 ‘데이터 기술 그리고 인력과 물자의 세계화’라고 이름한다.

국가가 국민을 초밀착 감시하는 것은 우려되는 바가 상당히 크지만, 바이러스를종식하기 위해서 각국의 긴밀한 공조는 필요하고 현대는 컴퓨터, 정보통신의 기술적 장치 발달이 뒷받침되어 가능하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에서 그 전조를 충분히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저서 ‘호모데우스’(2017 발간)에서 그는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데이터교)가 신흥 기술 종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종교의 성지는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로운 기술 정보들은 알고리즘과 유전자를 통한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는 견해로 달라질 세상을 암시해 주기도 했었다.

좀은 낯선 예견들이지만 코로나19로 긴급조치가 내려지고 출입이 제한되고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명분으로 동선을 파악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서 우리 삶의 형태가 전체주의적 감시체제 하에 놓이고 데이터가 새로운 종교가 되리라는 말이 먼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과정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인 인간의 생사 화복과 일상의 패턴이야 뭐 그리 크게 달라질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미 뭔가 큰 변화가 시작된 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지금은 눈이 부신 계절, 사월과 오월의 길목, 그런데도 우리의 발은 묶이고 다만 창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깥세상을 내다볼 뿐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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