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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어디 탁 듣는 특효약 없을까요?

처방 없이 쉽게 구입한 약품
잘못되면 만성 간 질환 우려

한약 등 장기간 복용 시에는
부작용 가능성 대비해야

황달 등 간 기능 저하 시
전문의 진료, 검사 받아야

약 문화가 발달(?)된 우리 한국 사회는 약에 너무 쉽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구 비율로 따져 세계에서 항생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항생제 내성이 국민 보건 문제의 커다란 이슈로 대두되는 것 또한 우리의 항생제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간접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약 좋아하는 한국인

단순한 감기에도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심지어 주사를 맞아야만 나을 것 같고, 피로가 쌓이면 포도당 주사를 맞거나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 먹어야 된다는 생각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생활 문화인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사 습관과 운동, 건전한 라이프 스타일, 정기 검진 그리고 이에 따른 의사의 처방이 기본이자 최우선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망각하고 뭔가 특별한 비방만을 찾고 있는 듯하다. 쉬운 예로 당뇨와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은 혈당과 혈압 조절만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방이나 특효약만을 찾아 헤매는지 모른다. 언론을 통해 별 규제 없이 나도는 약품 광고에 쉽게 현혹되는 것은, 아마 바쁜 삶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는 듯도 하다.



민간요법이 횡행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약의 쓰임이 다양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일반인들은 여러 종류의 약품들을 너무 쉽게 구입한다.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는 받을 수 없는 약들을 약사의 배려(?) 아래 얻어 온 약이건, 아니면 옆에 누군가가 용하다는 한의에게 가서 처방 받아 온 약이건 간에 너무 무분별하게 구입하여 복용하고 있다. 이런 약들을 먹으면 자신의 심신에 어떠한 해가 오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최근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몇은 심한 피곤과 황달을 호소해 왔다. 자세한 상담과 검진을 거친 결과, 약으로 인한 간 손상이 원인이 되어 심한 간염과 황달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할 경우 이렇게 약물로 인한 간의 손상은 10퍼센트의 사망률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급성 간염을 유발하고 장기간 큰 해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 반면, 만성 간 질환으로 지속될 우려도 있다.



한 환자의 황달의 원인

최근 한 젊은 여성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이유인즉 "피곤함이 오래가더니 갑자기 황달이 …"였다. 신체 검진에서는 황달 이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간과 비장의 사이즈도 정상이고, 통증 또한 없었다. 다른 만성 간 질환의 표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를 해보니 간의 염증 상태를 알리는 간 기능 수치가 200 이상 상승되어 있었고, 황달을 입증하는 빌리루빈의 수치는 15였다. 무병력의 이 젊은 여성은 2주일 전 방광염이 있다고 약국에서 항생제를 받아 3일간 복용한 적이 있지만, 이 약은 과거에도 복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 전 몸을 보신하기 위해 한약을 2주일간 복용했다고 했다. 자세히 검진을 해본 결과 약물로 인한 황달과 간염으로 판정되었고, 다행스럽게도 3개월에 걸친 휴식을 통해 회복되었다.

황달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A, B, C, D, E)성 간염, 비바이러스성 만성 질환, 췌장 및 담도계 질환(담석, 종양 등) 그리고 약물에 의한 간 손상을 들 수 있다.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나 CT 단층.MRI 촬영으로 바이러스성 간염, 담석 및 종양 등의 질환은 쉽게 배제할 수 있다.

한약이나 양약을 장기간 복용한 후 간 효소 수치가 증가되는 일은 가끔 볼 수 있는 일이며 더러는 황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의사는 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 상식을 환자들에게 알려 주어야 된다. 만약 위험성이 있는 약을 처방하게 되면 필요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 부작용을 한시바삐 진단해야 한다.

의사들이 흔히 처방하는 콜레스테롤약, 결핵약(INH 등), 당뇨약,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호르몬제, 그리고 클로르프로마진과 같은 항정신병제 등은 간 효소 수치 증가 또는 황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약품들이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약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화학 물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약으로 쓰이는 많은 물질들이 어떠한 것인지 화학적으로 규명되어 있지 않은 때, 약물로 인한 간의 손상이 생겼다 하더라도 어떤 물질에 의한 손상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되는 약품에 들어 있는 불순물들이 일으키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간, 신장 및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어떠한 약물을 복용하든 약의 부작용에 늘 대비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지금 한약을 먹고 있는데 괜찮겠지요"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문제는 그 한약에 함유된 화학 물질들의 정체일 것이다.



약물로 인한 간 손상

약물로 인해 우리 몸에 손상이 왔을 때, 사람들은 아무 증세도 못 느끼고 이를 지나칠 수 있다. 심할 때는 주로 권태.피로.무력.메스꺼움.식욕 부진.약간의 미열 등을 느낀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경우는 소수에 해당할 것이다. 약물이 어떻게 간에 손상을 가져다 주는지는 약마다 각기 다를 수 있으며, 크게 나누어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간 조직 세포 자체를 직접적으로 손상시켜 염증을 유발하고 간 효소 수치를 정상 수치의 10에서 500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이다.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황달은 물론, 간의 기능 저하 현상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르는 사망률은 10퍼센트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둘째는, 담즙 분비 정지 상태를 유발하여 몸 안의 빌리루빈 수치를 증가시켜 황달을 일으키지만, 간 조직 세포 자체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간 효소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셋째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가 다 적용되는 것으로, 간 조직 자체와 담즙의 분비 과정을 손상시키고 방해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환자의 간 효소 수치, 빌리루빈, 알부민과 프로트롬빈 시간(PT) 등은 가까운 장래 간 건강의 예후를 알려 줄 수 있다.

간에 손상이 생겼을 때는 혈액 검사 외에도 환자의 증세와 정신 및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의 상태가 조만간 회복되어 급성 질환으로 끝을 맺을지 아니면 일종의 만성 간 질환으로 전개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간 전문의에게 지속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되며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때는 간 조직 검사를 하여 더 확실한 검진을 받을 수도 있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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