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80대 일기'를 끝내며… 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100)

"재수 없으면 100살 까지 산다." 요즘 한국 노년층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이라고 한다. 오래는 살고 싶은데 오래 살기가 결코 수월치 않음을 하루 하루 몸으로 겪는 데서 나오는 자조(自嘲) 섞인 자탄(自歎)의 말인 것 같다.

본 난 '80대 일기'가 이번 호로 100회가 된다.

'재수 없어서'가 아니라 '재수 좋아서' 오늘까지 이끌어 왔다. 신문사의 배려, 독자들의 성원, 나의 건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밤낮 죽음 타령, 이제 사람들이 지겨울 거예요. 그만 집어치워요!" 그 동안 집사람에게서 수없이 들어온 타박이다. 그런 구박을 받으면서 왜 이런 글을 계속 써 왔는가? "아냐, 참새도 죽을 때는 '짹' 소리를 낸다잖아." 나도 그 "짹" 소리를 내고 싶었다.



대학 전공 철학, 언론인 경력 10여 년, 좀 건방지게 얘기해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이 융합된 '뜻 깊은 글'을 쓰고 싶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 가면서 지나온 삶을 관조하고, 앞으로 닥칠 죽음 문제를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나의 이 같은 생각,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동년배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써보려 많은 애를 썼다. 사람들을 만나면 "지금 가장 관심사가 무엇이냐?" 의견을 듣고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어 그 것을 소재(素材)로 글을 써 왔다. 나로선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글이 과연 "글 다웠느냐?"는 독자가 판단할 것이고….

다음은 공자가 말년에 제자 자공(子貢)과 나눈 대화다.

공자: 나는 이제 아무 말도 안 하려 한다(子曰, 子欲無言).

자공: 선생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저희는 무엇을 기록 합니까(子貢曰, 子如不言則小子何述焉)?

공자: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子曰, 天何言哉)? 말이 없어도 사계절은 저절로 운행되고 만물은 살아가는데,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萬物生焉 天何言哉)?

-논어 양화 (論語 楊貨)편 제9절.

감히 공자를 흉내 낼 위인은 못 되지만 이제 나도 입을 다물 때가 된 것 같다. '침묵은 금'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새가 죽을 때 "짹" 소리도 한 두 번이지, 계속 "짹짹" 소리를 누가 듣기 좋아할 것인가? 쓰잘 데 없는 '말 많은 늙은이' 소리는 듣지 않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참에 신문사 측이 '그 때'를 일깨워 줬다. '신문 편집 쇄신…' 운운 글을 그만 쓰란다. 시원 섭섭하다. 시원하다는 것은 2주에 한 번씩 골치 썩히는 일이 없어져서이고, 섭섭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대화의 통로가 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하랴? 완전히 '무용지노(無用之老)'의 퇴적층(堆積層)에 묻혀진다는 느낌이다.

'재수 좋아' 100회를 끌어 온 이 글을 보아주신 많은 분들, 비록 소통이 끊기더라도 '재수 없어'시리 100세 장수를 누리시기를….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