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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젖은 운동화

이스트 콜롬비아 애뷰뉴 거리의 전깃줄에 매달린 젖은 운동화 두 짝.

마약 거래상인도 없고, 지역 갱단의 모임 장소는 더 더욱 아닌데,

엉뚱한 전설의 운동화를 누가 던져 놓았나. 하늘에 떠있는 젖은 운동화는

천천히 침몰하는 배, 그 곳에서 사내들 걸어 나온다. 신발 잃은 고양이



젖은 꼬리에서 눈물 하나 끌고 서서히 아주 천천히 사라지는 골목에

겨울비 내리고, 그 사이 몇몇 과테말라 노동자들 재빨리 팔려 나간다.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차창 밖의 아침 풍경이다. 한때 젖은 운동화에

나의 발목 잡혀 네 다리 가진 맨발의 짐승 되어 달리지 못한 적 있었다.

내가 가는 길이 어디인지 모른 적 있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 활 부러진 검정 우산을 쓴 사내, 침몰하는 배를 보며 바싹 마른

태양을 주문한다. 내일은 젖은 신발 속에서 상큼한 비발디의 봄 눈물

하나 고향에 보낼 수 있을까.


최경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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