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동쪽을 향하여

그들은 꿈꾸었다

저 해 떠 오르는 어딘가에

환한 해의 땅이 있으리라





아득한 그 옛날

아프리카에 살던 우리의 머언 조상들 중에

해 돋는 땅을 찾아 떠난 무리가 있었다



그 어디에도 길은 없었고, 마련된 먹거리도 없었고

얼마를 가야 할지, 과연 해의 땅이 있기나 한지

아무도 가 본 적 없었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솟아오르는 찬란한 해가

그들에게는 언약이고 믿음이었기에



동쪽을 향한 질긴 꿈이 자라나며

그들을 동으로 동으로 이끌었다

주저앉는 무리가 생기면 남겨두고

강한 뜻을 가진 이들이 앞장 서 나갔겠지

부모의 손을 잡고 걷던 아이들에게 그 소망이

전설이 되어 넘겨지고 또 넘겨지고

만년을 훌쩍 넘긴 길고 긴 세월의 서사가 엮어지고 있었다



황해가 건널 수 있는 얕은 물이었던 아득한 시절

더 나아갈 수 없는 엄청난 바다와 마주치자

그들은 그 곳이 땅끝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동해 그 너머 태평양 위로 솟아 오르는 해돋이 장관 앞에

해의 땅이 바로 거기라고 믿었다



그 오랜 세월 그들의 피 속엔

꿈이 뿌린 진한 무늬가 스며 있었다

우연히 태어난 사람들은 아니었다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