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동쪽을 향하여
그들은 꿈꾸었다저 해 떠 오르는 어딘가에
환한 해의 땅이 있으리라
아득한 그 옛날
아프리카에 살던 우리의 머언 조상들 중에
해 돋는 땅을 찾아 떠난 무리가 있었다
그 어디에도 길은 없었고, 마련된 먹거리도 없었고
얼마를 가야 할지, 과연 해의 땅이 있기나 한지
아무도 가 본 적 없었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솟아오르는 찬란한 해가
그들에게는 언약이고 믿음이었기에
동쪽을 향한 질긴 꿈이 자라나며
그들을 동으로 동으로 이끌었다
주저앉는 무리가 생기면 남겨두고
강한 뜻을 가진 이들이 앞장 서 나갔겠지
부모의 손을 잡고 걷던 아이들에게 그 소망이
전설이 되어 넘겨지고 또 넘겨지고
만년을 훌쩍 넘긴 길고 긴 세월의 서사가 엮어지고 있었다
황해가 건널 수 있는 얕은 물이었던 아득한 시절
더 나아갈 수 없는 엄청난 바다와 마주치자
그들은 그 곳이 땅끝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동해 그 너머 태평양 위로 솟아 오르는 해돋이 장관 앞에
해의 땅이 바로 거기라고 믿었다
그 오랜 세월 그들의 피 속엔
꿈이 뿌린 진한 무늬가 스며 있었다
우연히 태어난 사람들은 아니었다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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