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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삶의 이상이 홀씨가 되어

어느 날 저녁 본당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데 성당 파킹장 한 구석의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에 민들레 한 포기가 자라나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한 신자가 놀라면서 말합니다. "신부님, 이런 곳에서도 민들레가 피네요. 생명력이 대단해요." 다시 한 번 그 민들레를 바라봅니다.

참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이 대단한 생명의 신비 앞에서 잡초를 뽑아버려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아무 탈없이 꽃을 피우고 홀씨를 바람에 날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생명을 위하여 파란 하늘을 가로질러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려가는 그림을 잠깐 그려봅니다.

우리 삶이 현실과 이상이 다른 일상의 생활에서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고 익숙해지며 적과 아군을 가리고 그 관계 사이의 긴장을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데 우리의 대단한 생명력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지쳐 쓰러집니다.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생명력이 처절하리만큼 대단합니다. 생명력으로 얻는 생존은 삶의 의미의 기본이며 시작입니다. 생존을 통해 존재의 의미 즉 삶의 의미를 찾아야합니다. 그 의미는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생존이 삶의 모든 것 인양 생존에 온 힘을 다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삶의 의미라는 말 조차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만히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배고픔은 절대적이기 보다 상대적 빈곤이라는 사실입니다. 상대적 빈곤은 단순히 배고픔의 느낌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의 시작이며 그 빈곤의 해결책을 밖에서 찾으려 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경쟁과 질투를 부르고, 이러한 감정은 결국 서로의 관계 속에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절대적 빈곤의 피해자를 낳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협력이 아니라 경쟁을 부릅니다. 상생이 아니라 반목을 부릅니다. 화해가 아니라 갈등을 부릅니다. 배려와 위로가 아니라 비난과 질책을 부릅니다. 우리는 더 많이 가져야 더 행복해진다는 거짓 논리에 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받아들입니다. 더 이상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신기루나 무지개로 여겨집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가톨릭 교회 주일 복음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진정한 '이상'을 말씀을 해주십니다.

잔치에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루카 14: 10)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13-14)

더 많이 갖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더 높은 자리가 행복을 주지도 않습니다. 더 많은 지식이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행복은 '지혜'를 통해서 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지혜를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습니다. 그 말씀이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푸른 하늘을 보며 나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는 이 이상이 현실 속에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닿으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여름의 끝, 노동절 즉 Labor Day 주간 입니다. 고군분투하는 삶의 짐 지고 수고하는 사람들이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끼는 하루가 되길 빕니다.


김문수(앤드류)/성 바오로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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