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3가지 미스터리

눈에 넣어도 않아플것 같은 늦둥이를 키우면서 나는 어렸을때 어땠을까 궁금해질때가 있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엄청나게 꼬치꼬치 캐묻는 꼬맹이였다고 한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하며 어지간히 귀찮게 해드렸던 모양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언제 어디서든 이것저것 읽고 조사해서 궁금증을 풀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천로역정’의 원제가 The Pilgrim’s Progress이며 ‘장미의적단’의 원제목이 The Scarlet Pimpernel (1905년작)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장미와는 아무 상관없지만 쾌걸 조로나 수퍼맨, 배트맨의 원형을 제공한 꽤 중요한 문학작품이다. ‘백경(모비딕)’에서 고래잡이선원들이 먹는 ‘경단’이 원작엔 dumpling이며 톰소여와 시드가 사촌간이 아니며(!) 왜 앙숙인지도 알게되었다. 하지만 ‘마경천리(魔景千里)’의 원제목은 무엇인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작가이름이 ‘파레트’라는게 유일한 단서이다.

다음 소개하는 세 이야기는 어릴적에 <소년중앙> 에서 읽은 단편소설들이다. 찡한 줄거리는 지금껏 생각나는데 몇십년째(!) 제목과 작가를 알아내지 못하고 궁금증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첫 번째는 두 소년과 한 소녀, 그러니까 삼각관계 이야기이다. 두 소년 중 하나는 잘 생기고 덩치도 크고 운동도 잘하였고 (‘갑’이라고 하자), 두 번째 소년은 작고 조용하고 성실했다 (‘을’이라고 하자). 이들이 자라났을 때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소녀는 ‘갑’과 결혼한다. 셋은 좋은 친구였기에 ‘을’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갑’은 부자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뱃사람이 되어 떠난다. 그러나 그가 탄 배가 폭풍을 만나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남편을 잃은 친구를 ‘을’은 성심껏 위로하였다. 이들은 차차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난 어느날 마을 어귀에 거지꼴을 한 남자가 나타난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돌아온 ‘갑’이었다. 그는 소녀가 살고있다는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창문 너머로 소녀와 ‘을’이 아이들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본다. 한동안 서있던 ‘갑’은 아무말 없이 발걸음을 돌려 마을을 떠난다. 마을 어귀에서 그를 알아본 어른이 혹시 ‘갑’ 아니냐고 물어보지만, 그런 사람 모른다고 말하곤 사라져버린다.



두 번째 이야기. 유명한 등반가가 한 높고 험한 산의 등정에 최초로 성공한다. 산밑의 마을주민들이 열어준 축하연에서 그는 행복한 노부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등반가에게 정상근처에서 이상한 것을 못보았느냐고 묻는다. 등반하기 불가능한 곳에서도 붙잡거나 발판으로 쓸만한 구조가 적절한 위치마다 있어서 운이 좋았다는 등반가의 말에 노부부는 빙긋 웃는다. 오래전-두사람이 젊었을 때, 할아버지가 청혼을 하자 할머니는 ‘저 산꼭대기에 별이 내려온다면’이라고 답한다. 할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산에 올랐고 험난한 절벽을 깎으며 전진하여 결국 정상에 서고야만다.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볼 수 있도록 큰 불을 지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렴풋이 보불전쟁 (1870-1871)이 배경이라고 기억한다. 주인공은 철없는 프랑스 소년이다. 친구들이 프랑스군의 정보를 국경너머 독일군에게 팔아 용돈을 번다는 것을 알고는 자기도 조금씩 같은 짓을 한다. 어느날 큰돈의 유혹에 넘어간 그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팔아넘기고 만다. 이를 알게된 소년의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벽에 걸려있던 구식소총을 메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앞의 두 이야기는 O. 헨리의 느낌이 나고 세 번째는 ‘마지막 수업’으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의 분위기가 난다. 답을 찾지 못한 채 또 한해를 넘기게 될 모양이다. 혹시 아시는 분은 제발 좀 알려주시라 (youngchool@gmail.com). 즐거운 성탄절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