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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미셸 위' 윤 진 -온주 주니어 챔피언

온타리오 주니어 골프 계에서 크리스티나 윤(15, Richview Collegiate Institute 10학년, 토론토)양의 이름은 요즘 놀라움 그 자체다. 우선, 다음달 10일부터 사스캐처완주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온타리오골프협회(GAO) 주니어 챔피언으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 들어 출전하기만 하면 우승하는 기막힌 실력 때문이기도 하다. 주니어급(14-18세)에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유는 윤 양이 골프채를 잡은 지 겨우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윤 양 본인도 놀라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윤 양의 놀라움은 빠른 시간 내 자신이 거두고 있는 성적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골프를 하고 있다는 사실 탓(?)이다.

“골프하면 생각나는 첫 단어는 ‘지루함(boring)’이었어요. 전 팀워크를 이루는 스포츠를 좋아하거든요. 혼자서 볼 한 개 놓고 쫓아다니는 골프처럼 재미없는 운동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윤 양은 20년간 골프 한 가지만 취미로 갖고 있는 아버지 윤종실(49)씨의 반짝반짝한 골프 클럽에 단 한 번도 손을 대 본적도 없다. 이런 윤 양의 손에 골프채를 쥐어 주고 하루 3시간에서 5 시간 씩 맹연습을 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작전(?) 덕분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한동안은 합창활동을 열심히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배구에 푹 빠졌어요. 하지만 팀플레이를 원칙으로 하는 배구에서 딸애는 종종 자신의 뜻과 달리 감독이 기용해 주지 않는다면서 울더군요. 그때 강력하게 골프를 권했지요. ‘네가 정히 운동을 계속 해보고 싶다면 골프를 해봐라. 골프만큼 네 자신의 노력 여부에 달려있는 운동도 없다.’”

이렇게 해서 윤 양은 그 싫어하던 골프를 13살이던 2002년 5월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혹독한 강훈련의 나날이었다. 윤 양을 처음 지도한 박효선(Launch 골프센터) 티칭 프로는 아버지와 공모(?)해 윤 양이 빠른 시일 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온갖 ‘술책’을 다 동원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혼내면서 진정한 골프의 맛에 윤 양 스스로 빠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결과는 좋았다. 169cm의 키, 태권도 2단의 탄탄한 체력. 거기에 승부 근성까지. ‘준비된 골퍼’ 윤 양은 시작한지 4개월여 만에 100대 이하의 기록을 냈다. 지역별 경기인 캐나다주니어골프협회(CJGA) 게임에 참가하면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첫 출전에서는 경험부족으로 ‘꼴찌’가 되기도 했지만 그 후 부턴 하루가 달랐다. 윤 양의 실력은 대회 참가횟수와 정비례해 나갔다.

작년 본격적으로 온주 주니어골프계를 평정하기 시작한 윤 양은 올 들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5월1일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8경기에서 퀄리파이게임을 포함해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으며 온주주니어챔피언에 무난히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캐나다 내셔널 챔피언이다. 각주별로 선발된 4명의 대표자와 핸디 17아래의 참가자들로만 구성된 96명의 주니어 여성골퍼들의 각축장인 CLGA(캐나다여성골프협회) 대회. 역대 챔피언은 대부분 온주 챔피언 출신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골프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윤 양의 우승을 예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지역에서 온주에서 그리고 캐나다 전체까지 제일가는 골퍼가 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미국 진출? LPGA? 아버지 윤종실씨의 생각은 다르다. “85년에 이민 와 아들(윤 지웅, 18세. 토론토대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딸을 낳고 키우면서 이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세 가지로 결론을 내렸지요. 첫째, 한국인임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 둘째, 튼튼한 신체를 만들어 주는 것. 마지막, 기회의 폭을 넓혀주는 것. 딸이 그토록 재미없어하던 골프를 시킨 것도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창문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마지막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윤종실씨에 따르면 학업 성적도 우수한 현재 크리스티나의 골프 실력 정도면 캐나다는 물론 미국 수백 개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가 있다. 공부만 했을 때보다 대학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윤 양은 아직 자신이 앞으로 계속 골프를 할지 어떨지 모른다. 아직도 골프가 다른 스포츠보다 재미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잘하고는 싶단다. 시작했으니까. 과연 친구 사귀기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미소가 앙증맞게 귀여운 15살 소녀가 하늘로 띄우는 작은 골프공이 어느 그린 위까지 어떻게 날아갈지 기대된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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