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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숙의 서양요리와 친해지기]밴쿠버를 먹는다?

사진=푸드 체널의 최고인기 요리 경연 프로그램 '아이언 쉐프'에서 우승한 밴쿠버 '루미에르'의 랍 피니도 참여했다(사진 오른쪽).

‘Eat! Vancouver’
푸드 페스티벌 유감
먹거리.볼거리가 가득했던 푸드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밴쿠버 다운타운의 BC 플레이스에서 5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열렸던 ‘Eat Vancouver’축제를 다녀왔다. 캐나다 달러로 12.75불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한 그곳엔 들어서자마자 각양각색의 음식과 그 냄새가 시장기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곳은 대단히 큰 관심사였을 뿐만 아니라 밴쿠버의 다문화에서 빚어지는 음식축제는 어떤 분위기일지 아주 궁금했던 터였다.

무엇보다도 그날은 ‘2006년 밴쿠버 아이언 쉐프(Iron Chef)’인 랍 피니(Rob Feenie)의 쿠킹쇼도 선보일 예정이라 해서 기대가 적지 않았다. 축제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역시나 그릴 요리들이다.

그릴 요리로 뿜어내는 연기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돈을 직접 내고 판매하지 않고 부스에서 산 티켓으로만 음식을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6장의 티켓을 기본으로 비교적 저렴해 이것저것 맛보기엔 더 없이 좋았다.

여러 부스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서 파는 그릴 꼬치구이라든가 샐러드 그리고 샌드위치나 소시지 구이 등 간단한 패스트푸드들로 우선 시장기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부스를 따라 들어가보니 인도 음식과 여러 가지 인도식 식재료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이 돋보였다. 그들 고유의 의상을 갖춰 입고 작지만 인도 스타일로 꾸민 부스들도 그러했고 작고도 소박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또한 애완동물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캐나다인들의 취향을 바로 반영하듯 애완동물들을 위한 페트 푸드( Pet’s food)와 다양한 용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독일제 프라이팬과 냄비, 조리도구 세트 그리고 캐나다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인 연어 즉석 구이와 유기농 마트인 야채와 과일 코너, 그리고 다양한 샐러드 드레싱을 비롯해 다양한 쌀, 꿀, 잼, 각종 차와 커피 등에 이르기까지 음식축제에 참가한 업체들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아이템과 디자인과 기능이 돋보이는 주방 액세서리 들도 한껏 시선을 끌고 있었다.

파키스탄, 이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민족들의 독특한 식재료와 식기 등도 눈길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것은 바로 요리경연대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경력과 솜씨가 뛰어난 쉐프(Chef)들을 초빙해서 즉석으로 경연(competition)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10장의 티켓을 기본으로 6달러에 판매하는 와인, 비어 등 시음 섹션이 마련되어 있어 각 나라 고유의 술은 물론 맛과 개성이 돋보이는 와인들도 즐비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시음해볼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일본의 고유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불러모아 일본식 ‘사케’를 소개하고 있었는가 하면 오스트리아 고유의 아이스와인, 벨기에의 유명한 비어, 캐나다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에 이르기까지…그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고도 색달랐다. 일반 캐나다 리커스토어(liquor store)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제품들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시음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왜 한국음식은 안 보이는 거죠?”>

페스티벌 전시장을 한참을 돌고 있을 즈음 스태프(Staff)로 보이는 캐나다 여성이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느닷없이 물어와서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을 했더니…기다렸다는 듯 “ 왜 한국음식은 안 보이는 거죠? 난 정말로 한국음식이 좋은데…” 라고 하면서 서스럼없이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그랬다.

한국음식은 눈을 비비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녀의 말처럼 정말 건강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그 한국음식의 식재료 소개도 없고, 그 다양한 한국술을 시음할 기회 조차도 없어 약간 기운이 빠지는 기분을 나 역시 어쩔 수 없었다.

맛과 품질이 난잡한(?) 중국술 조차 화려한 진열과 포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잠시나마 멈추게 하고 있었고 가장 많은 매스컴의 시선을 받은 곳은 일본의 전통술과 식기류들이었다.

한국 커뮤니티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이나 심지어 아프리카, 남미의 작은 나라에서조차 자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작은 노력과 몸짓들이 정말이지 부럽기 조차 했었다. 같이 축제에 다녀왔던 한국 친구들도 한결같이 한국음식 코너는 왜 없는거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치, 고추장은 어디에 있지?” 이봐 중국 호이진 소스나 굴소스도 판매하고 소개하는데 왜 너희 나라음식은 없는거야?”
물론 눈앞에 보이는 성과라든가 금전적인 결과는 크게 기대를 못할진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다민족이 모여 사는 이곳에선 무엇보다도 적극적이고도 활발한 마케팅과 한국 이미지 메이킹이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코너 마련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의 고추장과 김, 바베큐 소스 등 외국사람들도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와인 못지않게 고급스럽고 과학적인 한국의 과일주나 곡주 등을 시음할 장을 마련해야한다.

단순한 제품 소개라기보다는 작은 민간외교의 장이 될 수도 있고 크게 보면 캐나다 주류사회 속에서 한국이 튼튼하게 자리할 수 있는 작음 밀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맛은 물론 디자인면에서도 손색없는 제품들을 골라 다른 민족들에게 선보여 한국의 음식문화의 수준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 식재료와 한국음식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보다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내년 밴쿠버 푸드 페스티벌에서는 부디 우리 한국 대표음식들과 전통 술 그리고 다양한 식재료 등을 보게 되길 빌면서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밴쿠버 푸드페스티벌은 여러 민족들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부분적이나마 경험하고 엿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가볍게 다녀오면 더 없이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올해를 놓쳤다면 매년 5월 말경 연례행사로 마련되는 ‘EAT Vancouver’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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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칼럼니스트 정성숙 님은…
이화여자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여성지 ‘주부생활’, ‘여성동아’, 그리고 요리전문지 ‘에쎈’의 기자를 거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까사리빙(Casa Living)’과 ‘데코 마담휘가로’의 편집장을 지냈다.

2003년 8월 밴쿠버로 이민 온 이후 현재 Vancouver Community College에서 ‘Culinary Arts’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alkong2001@yahoo.co.kr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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