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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보이는 건 딱 질색! '그럽(Grup)족'

30대에도 패션은 언제나 스무 살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싫어
수십만원 럭셔리 청바지도 선뜻
어려 보이려는 동안 신드롬과도 통해


제일모직 인사팀 이상현 대리와 온라인 패션 쇼핑몰 '샬랄라'를 운영하는 황희진씨는 서른셋 동갑내기 부부다. 슬하에는 네 살배기 딸 예빈이가 있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맞벌이 부부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어떤 면에서 전혀 새로운 세대다. 삼십 줄에 들어섰건만 대학생 때의 라이프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정장은 교회 갈 때나 입는 옷이다. 외출이라도 할라 치면 예빈이에게 삼촌과 이모라 부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할 정도다. 쉽게 말해 나이 드는 것,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싫다는 21세기 신인류다.

#청바지와 스니커즈에 열광하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황 부부는 '그럽(Grup)족'이다. 4월 뉴욕매거진이 소개한 그룹족의 모습은 이렇다.

'36세 뉴요커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정의 내려진 그들은 항상 아이팟(iPod)을 귀에 꽂고 다니며 아이가 있음에도 취침시간은 새벽이다. 여기에 머리 깎는 데 200달러, 메신저백을 사는 데 600달러를 서슴없이 쓴다.

서류 가방은 절대 들지 않는다. 할아버지들의 소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션에 있어서 이들의 취향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250달러짜리 멋지게 찢어진 빈티지 청바지를 거리낌 없이 사고 신발은 스니커즈를 고집한다. 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유롭게 22세 때의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황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 대리가 "전 아직도 캐주얼 셔츠를 입을 때 칼라를 접지 않아요. 대학 때 제가 그랬거든요"라고 말하자 황씨도 "자기가 원한다면 20만원짜리 청바지를 사는 것은 아무렇지 않아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에서 그럽족의 태동은 1990년대 들어 청바지 브랜드가 고급화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들은 10만원대 청바지 시대를 연 닉스와 디자이너의 감성을 표방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에 열광했었다. 제임스 딘으로 대표되던 젊고 실용적인 청바지에 럭셔리의 개념을 섞었다. 청바지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직장에서의 복장이 점점 캐주얼화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특히 90년대 들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한 벤처 열풍이 불을 댕겼다. 정장으로 대표되던 직장인의 패션이 면바지와 티셔츠를 비롯한 캐주얼로 대표되는 벤처 패션에 밀려 '캐주얼=자유로운 사고'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 소장은 이런 그럽족의 행태가 결국은 젊음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80년대 피터팬 신드롬을 시작으로 '여피'로 진화했으며, 이후 등장한 '보보스'와 같은 개념도 젊음을 동경하고 시간을 멈추게 하고픈 현대인의 심리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요새 유행한다는 동안 신드롬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캐시미어가 좋다 … 소비는 고급스럽게

젊음을 갈구하는 그럽족은 나이가 들면서 경제력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저가 캐주얼 브랜드에서 면으로 된 니트웨어를 사 입던 그들이 이젠 고급 브랜드에서 나오는 캐시미어 니트를 입게 된 것이다.

캐주얼이 정장에 비해 절대 저렴한 옷이 아니라는 것에 익숙해진 그럽족의 성향은 패션 업체들의 기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후부의 김효진 디자이너는 "우리 브랜드의 경우도 상품 기획에 있어 스포츠 라인과 빈티지 라인으로 구별 짓고 있다. 대학 시절 우리 옷을 입었던 소비자들이 나이가 들면서도 이탈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타깃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 빈티지 라인은 그런 소비자들을 노린 제품들이다"고 설명했다.

캐주얼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너무 어려 보이거나 이른바 '싼 티'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 소장은 그렇지만 '그럽족'은 세대로 나뉘는 개념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그럽족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40대나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젊음을 갈망하는 성향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럽(Grup)족='Grown-Ups'의 줄임말로 미국의 유명 SF시리즈 드라마인 '스타트랙'에 등장한 말이다. 어른이 되면 죽게 되는 바이러스 때문에 절대로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에 착륙하게 되는 일행. 그곳에서 일행은 'Grup'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협찬 : 후부>
글=조도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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