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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좁혀지지 않는 생각들

나무가 나무에게 기대어/ 푸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어/ 정겹습니다// 눈물이/ 내게 기대어/ 따뜻했으면 합니다

-박시교 시인의 ‘연리지 생각’ 전문

몇 달 전에 비해 우리는 너무 달라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가확산한 이후 우리의 일상은 여러 면에서 변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다. 가족 간에도 만나기를 꺼린다. 사람과 사람의 안전거리가 6피트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보다 더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꼭 지켜야 할 행동 백신이라고 하니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예전처럼 다시 좁혀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얼굴을 맞대고 어우러지며 살아온 우리는 이 상황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말은 수긍이 어렵지 않다.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던 일들이 정상이 되고 신인류, 즉 포노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의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질 일상성은 더 앞당겨지게 되었다.

사람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나로서는 참담하다. 온라인으로 먹거리를 구매하고 기계음으로 목소리를 듣고 영상으로 얼굴을 보면서도 일상이 가능하다는 걸 요즘 실감하고는 있지만 이런 식의 삶이 지속한다는 건 아무래도 비정하다고 생각된다.

관계는 지금보다 더 개인적이 되어 혼자 노는 문화가 보편화 될 것이다. 공동체 혹은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성공지향이 아니라 각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며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한다.

여행을 즐기던 한 작가는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던 마지막 세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설마라고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길어지고 각 나라의 입국제한이 어쩔 수 없이 단호해진다면 맞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가족의 개념이 더 축소되어 우울감을 느끼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다. 혼자 사시는 연로한 어머니 집 현관 앞에 생활필수품이나 식료품을 사다 놓고 전화로 알리는 자녀들이 있다. 노인들의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고립된 어머니는 먹는 것보다 외로움에 더 허기가 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가 외롭지 않게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정겹기 마련 아닌가. 사이버 공간을 즐기며 혼자 밥을 먹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면 몰라도 사람 사이에 거리라는 공백이 가로놓이게 되면 심리적 쓸쓸함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눈물이 내게 기대어 따뜻해지고 내 눈물이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보송보송해지는 평범한 우리들의 관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괜한 기우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세상은 늘 변해왔다. 변하는 것들은 위험과 두려움이 따른다. 상식이 통째로 뒤집히는 어지러운 때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피로감을 준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하나의 나뭇가지로 자라는 것이다. 상생의 효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우러짐 자체만으로도 유연한 생존법이다. 방식이 달라질지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본이 변하지 않기를, 그래서 우리 당대에 너무도 생경한 세상을 경험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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