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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평범함이 주는 용기

최병헌 인턴기자
최병헌 인턴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0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9/05 13:18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은 평범하다. 매일같이 악당과 싸우지만, 일상에선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산다. 때론 실수를 하고 회사에서 된통 깨지기도 하는 인간미가 있다. 연애에도 서툴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크다. 스파이더맨의 이러한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낸다. 하나같이 잘나기만 한 히어로들 속에서 스파이더맨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평범함이다.

최근 평범함을 외치는 사람들을 여럿 취재했다.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이었다.

광복절 날 맨해튼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한인들이 모여 시위를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성 조치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수첩과 펜을 들고 다가가 이것저것 물었다. 일본 정부의 잘못을 꼬집기 위해 모인 이들은 시위를 기획하거나 주도하는 사람 없이 여러 단체들과 개인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했다고 했다. 평범한 동포로 봐달라며 한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청년들도 만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자 LA부터 뉴욕까지 두 달간 약 4000마일을 달려왔다.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무료 숙소에서 잠을 자고, 밥은 대부분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주요 도시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수요집회와 사진전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대단한 일을 하게 됐냐고 물었지만 자신들은 평범한 대학생일뿐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평범한 청년들이 단순히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는 사실만으로 과분한 지지와 응원을 받았단다. 이런 일을 할수록 더 겸손해진다고도 했다. 횡단을 끝낸 내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더 빛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이들은 한없이 평범하기만 했다. 천재적인 재능이나 특별한 능력은 없었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누군가의 둥글둥글한 딸이었고 누군가의 자상한 아버지였다.〔〈【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평범함이었다.】〉〕

일본 규탄 시위에 모인 이들과 미 대륙을 횡단한 청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특별할 것 없이 자신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평범한 나도 할 수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함께 동참하자고 호소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모범과 솔선수범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평범하기에 할 수 있고 평범해서 돋보이는 일. 그런 일들이 세상천지에 널려있다. 세상을 구하는 건 슈퍼히어로들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평범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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