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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봉오동 전투'의 일본인 배우

"한국 작품에 처음 참여했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일본 배우 이케우치 히로유키가 지난달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촬영 현장에서 한국 배우들과 찍은 사진과 함께 "한국 스태프와 배우들이 놀라웠다. 감사하다"는 말도 남겼다.

지난달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1920년 만주 벌판 독립군이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에서 물리치는 과정을 담았다. 호쾌한 전투신과 먹먹한 무용담이 최근 한.일 갈등과 맞물리며 13일까지 250만 명 가까이 끌어들였다. 특히 일본군을 연기한 일본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화제다.

냉혹한 월강추격대 대장과 중위로 각각 분한 키타무라 카즈키와 이케우치 히로유키 독립군의 포로가 된 소년병 유키오를 맡은 다이고 코타로 등이다. 원신연 감독은 "조심스럽게 출연 의사를 타진했는데 많은 분들이 기꺼이 응해 내가 놀랐다"고 밝혔다.



일본인 배우가 한국 영화에서 주연급 일본군을 맡은 게 처음은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2011)의 오다기리 죠 1700여만명이 관람한 '명량'(2014)의 오타니 료헤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인 주인공과 교감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 군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반면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포로를 학대하는 잔혹한 제국주의 첨병들이다.

키타무라의 출연을 두고 한 일본 우익 주간지가 "매국노 비난을 받을지도 모를 영화에 출연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 의견을 전한 이유다. 키타무라에겐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지 잘 해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 "일본 배우가 일본군을 연기하면 영화에 숨결과 가치가 더해질 거라 생각했다"는 원 감독의 소망도 실현됐다.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한국 영화에 일본인 배우가 나오게 된 건 불과 20년 정도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단계적 개방에 맞춰 일본영화 수입·개봉이 허용됐고 일본인의 한국영화 출연도 가능해졌다.

원로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인 캐릭터의 비중은 미미했고 설사 등장해도 한국인이 연기하고 일본어 더빙을 입히는 식이었다"고 회고했다.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은 전쟁 서사에서 흔한 평면적 악당들이다. 일본인 배우들의 프로정신이 이들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 저변엔 논란 속에 확대돼온 한·일 교류와 개방의 역사가 있다. 영화 속 독립군의 승리를 만끽하며 자부심에 취하는 건 일차적이다. 영화보다 현실은 복합적이고 엔딩크레딧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대중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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