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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싼 의료비에 대한 단상

박종원 / 경제부 부국장
박종원 / 경제부 부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11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09/10 21:16

미국에서 살다 보면 대부분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좋은 의료보험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회사가 내든, 개인이 내든 매달 나가는 의료비가 서민층 아파트 렌트비에 육박할 정도다.

그나마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사회보장 시스템의 하나인 메디케이드의 혜택을 볼 수도 있지만 그저 그렇게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보통이 아니다. 경제력이 딸려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가족 중 한 명이 큰 병이 걸려서 병원에 가고 수술하고 입원하면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몇 만 달러, 몇 십만 달러의 청구서 폭탄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미국은 의료비가 비싼 것일까. 다양한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의사의 평균연봉은 싱가폴, 한국, 일본 등과 비교할 때 2배 가까이 높다. 둘째, 미국 의사들의 평균연봉은 미국인 1인당 GDP의 4배 정도지만 싱가폴, 한국, 일본은 1.5배에서 2배 정도다.

셋째, 미국 의사수가 적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쌀 수 있다. 미국의 의사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여타 선진국인 오스트리아 5.1명, 노르웨이 4.4명, 스웨덴 4.2명, 스위스 4.2명, 독일 4.1명보다 적다. 넷째, 그렇다고 미국의 의료수준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다고 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의료수준이 세계최고인거 같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싱가폴이 6위, 일본은 9위, 한국이 58위, 미국은 37위다.

다섯째, 미국 의사는 의료과실 보험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도 신빙성이 없다. 의료과실 보험료는 연간 수천 달러에서 최고 4만 달러 정도인데 의사들의 평균연봉이 수 십만 달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섯째, 다른 여러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의사나 병원이 환자에게 직접 의료비를 받는게 아니라 보험회사에 청구한다. 의사 또는 병원들의 가격 경쟁에 소비자들이 선택을 통해 영향력이 행사하는 것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의료비는 '부르는게 값' 처럼 될 수 있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감히 제시하면 이렇다. 당장 현실 정책으로 반영되기 어렵지만 50년 후 100년 후 미국인들의 정체성이 느슨해지고(인구학적 변화),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국제질서가 변하고,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 이상의 정치인이 나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첫째, 의대 입학정원 확대해서 의사수를 2배로 늘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뉴욕타임스에서 '산업 내의 정해진 제한(industry-set limitation)'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있다. 의료계에서 의사 수가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대 신설을 제한한다는 것으로, 미국 일부 산업분야의 직업적 이기주의 또는 폐쇄주의와 연결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둘째, 일정한 자격과 기준을 갖춘 해외 의사들의 미국 내 의료활동과 해외 국가의 의약품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인들이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약값도 저렴해질 것이다.

셋째, 각 카운티나 타운별로 커뮤니티 의료센터(공공진료 보건소)를 설치해 1차 의료 진단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의료보험 소지자는 상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저소득층 또는 무보험자는 기초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미국 의료시스템을 부분적 공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사와 병원 등의 치료 내역과 비용 공개, 부당 진료비 민원처리와 의료진 징계 소환 시스템 구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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