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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로 'HELP'…9일 만에 캐년서 구조된 72세 할머니

차 연료 떨어져 숲속 조난
연못 물·식물 먹으며 버텨

애리조나주 동부 인디언 보호구역 캐년에서 길을 잃고 실종된 72세 할머니가 협곡 바닥에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이용해 도와달라'(HELP)는 문구를 남긴 덕분에 조난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NBC방송은 12일 애리조나주 투산에 사는 할머니 앤 로저스(72)가 지난달 31일 피닉스에 사는 손자들을 보려고 차를 몰고 화이트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나다 타고 가던 하이브리드 승용차의 연료가 떨어지고 배터리 마저 나가는 바람에 조난을 당했다가 구조된 사연을 보도했다. 차가 움직이지 않자 로저스 할머니는 동행한 애완견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숲 속을 걷기 시작했다. 911에 연락하기 위해 전화가 터질 수 있는 곳을 찾아 올라가기도 했으나 휴대폰은 불통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한 할머니는 연못의 물을 마시고 각종 식물로 허기를 채우며 하염없이 협곡과 숲 속을 걸었다. 그러나 이미 방향을 잃어 자신이 향하는 곳이 맞는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할머니는 "이러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난 사흘째인 지난 3일 공중에서 구조요원들이 볼 수 있도록 협곡 바닥에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HELP'라는 문구를 남겼다.



실종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선 애리조나주 공공안전국 수색요원들은 이날 숲속에서 할머니의 차를 발견했고 엿새 후인 9일 지역을 돌아다니던 할머니의 애완견을 발견했다. 헬기 수색에 박차를 가한 구조대는 인근에서 할머니가 남겨놓은 'HELP' 글자가 찾아냈는데 할머니는 글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며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고 몸 상태가 좋다는 소견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로저스 할머니는 "나이 든 사람들은 남들만큼 뭔가를 잘할 수 없는 사람들로 여겨지지만, 나이가 들면서 터득한 지혜와 기억이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지식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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