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어르신 쌈짓돈' 빼먹는 불법 사설 도박장 기승

노년 외로운 심리 악용
'도박계' '다단계'로 갈취
"한인타운 30여 곳 영업"

시니어를 노리는 불법 사설 도박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70대 한인 정모씨는 휴대전화가 두렵다. 전화를 받고 나면 항상 '그곳'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받은 용돈과 웰페어를 모두 써버리고 다시는 안 가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여러 차례다. 하지만 전화 한 번이면 결심은 무너지고 다시 끌려 간다. LA한인타운 내 가정집에 있는 불법 사설도박장이다.

2014년 LA경찰국(LAPD)은 대규모 불법 도박장 단속을 한 바 있다. 단속을 통해서 타운 내 도박장 10여 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잠잠했던 도박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만난 불법 도박장 관계자 A씨는 "단속 이후 3개월 정도 지나서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옛 고객들도 다시 돌아왔다. 오히려 도박장의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한인타운 내에만 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LAPD측이 2014년 10여 곳이라고 밝힌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들은 '시니어를 모신다'는 핑계로 시니어의 쌈짓돈을 노린다. 수법은 악랄하다. 심심하고 외로운 시니어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도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시니어 백모씨는 "집에 마누라와 덩그러니 있으면 너무 심심하다. 도박장에 가면 그래도 이런저런 말이라도 하게 되고, 짜릿한 맛도 있다. 사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심풀이 재미로 시작하다 돈을 잃게 되면 도박 수렁에 빠진다. 다음 수순은 빚을 지게 된다"며 "도박장으로부터 돈(꽁짓돈)을 빌릴 경우, 강제로 계를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도박계다. 다달이 수십 달러에서 100~200달러를 도박계에 넣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돈을 갚게 한다. 꼼짝없이 도박장의 노예가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시니어 송모씨는 "내 경우 웰페어가 나오는 매달 초에 500달러와 애들이 용돈으로 준 200달러 등 700달러를 들고 간다"고 전했다.

송씨는 "도박장에 빚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인을 데리고 오면 빚을 어느 정도 탕감해 주겠다는 제안이 온다"며 도박장들이 '다단계식 영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송씨는 "나도 몇몇 아파트 친구들을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돈이 없는 월말에는 단돈 몇 푼을 들고서라도 가야 한다. 좀이 쑤셔서 집에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장에서는 시니어들이 돈을 다 잃고 나면 100~200달러의 칩을 주며 '호의(개평)'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금이 아닌 칩이기 때문에 도박장에서만 이를 쓸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날리게 돼 있는 구조다.

도박장은 화투(고스톱과 섯다), 포커가 주종목이며 슬롯머신도 설치돼 있다. 교통편과 식사도 제공한다. 평일에 도박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10여 명 정도지만, 주말에는 30여 명까지 몰린다.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의 이해왕 선교사는 "시니어들의 도박 문제는 심각하다. 노부모들의 도박 문제를 상담하러 자녀들이 오기도 한다. 현재 한인타운의 시니어들에게는 제대로 된 놀이문화가 없다. 특히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곳에서 사는 아시안 시니어들은 가장 외로운 부류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한인단체들이 사법당국에 지속적으로 불법 도박장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