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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딜레마 '인간다운 죽음'

[LA중앙일보] 발행 2016/06/07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6/06/06 20:16

가주 존엄사법 시행 이틀 앞으로
전문의들 '치사약 처방' 놓고 고민
"할수도 안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

가주 존엄사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한부 환자들이 '치사약(lethal medication)'을 요구하면 처방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어서다.

9일부터 발효되는 가주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은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불치병 환자가 치사약을 처방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최소 2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6개월 시한부 판정과 정신적 질병 없이 안정된 상태라는 소견을 받야아 한다.

이 법은 대다수 가주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법안 서명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4이 시행에 찬성했다.

하지만 정작 시행해야 할 주체들인 의사들은 여전히 단어조차 꺼내길 꺼리고 있다. 가주가정의학과협회의 제이 이 박사는 "의학계에서는 금기어(taboo topic)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라고 실정을 전했다.

실행법보다 윤리·종교 등 관습법이 진료 기준에 여전히 앞서고 있는 현실도 그 이유다. 가장 흔한 윤리적 잣대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선서문은 '어떤 요청을 받더라도 치명적인 의약품을 아무에게도 투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권고하지도 않겠다'고 적고 있다. UCLA 의료윤리센터의 국장인 닐 웽거 박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라 '환자의 죽음을 결코 재촉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해왔다"며 "그 확고했던 기준선이 흐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인 비난이다. UC데이비스 의과대학의 벤 리치 교수는 "낙태 등 사회적 물의가 되는 시술을 한 의사들이 겪었던 지탄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치사약을 처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인 의학계 상황도 주류와 다르지 않다. 서울메디칼 그룹 대표인 차민영 박사는 "가장 논의가 시급하면서도 가장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특히 교회가 중심된 한인 커뮤니티 특성상 치사약을 처방해준 한인 의사가 있다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의사들이 존엄사 주제를 꺼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주 존엄사법안에 따르면 병원 등 의료 시설은 고용한 전문의에게 환자의 치사약 처방을 금지할 수 있다. 가주 전체 병원의 13%를 차지하는 가톨릭 및 개신교 관련 병원들이 그 실례다. 또, 개인 병원 역시 치사약을 처방하지 않아도 되며, 상담조차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의사로서 의무를 저버린 '진료 거부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톨릭의료서비스연합의 로리 댄버그 부사장은 "무턱대고 환자들에게 '우리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거부만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선 그동안 금기시되어온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과 토론,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민영 박사도 "처방 허용 여부를 떠나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위해서라도 한인 의료계에서도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되고 있는 존엄사법의 부작용은 실제 통계상에서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있다. 1998년 최초로 존엄사법을 통과시킨 오리건주의 경우 지난 18년간 치사약을 처방받은 환자는 1000명 이하로 이중 실제 약을 복용한 비율은 64%에 그쳤다. 연평균 55명 정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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