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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환자 가족 9만5000명 구체적 아픔이 역사 바꿨다"

'컴패션앤초이시스' 가주 본부를 가다

설립 36주년 존엄사 최대 지지단체
LA 한인타운 위치…가주 전역 문의
지난해 개인 후원금만 1500만달러
"한인사회 불러만주면 설명회 개최"


존엄사법은 한인사회에 멀지 않다. 법 통과를 관철시킨 최대 지지단체인 컴패션앤초이시스(Compassion and Choices·이하 C&C) 가주 본부가 LA한인타운 윌셔와 웨스트모어랜드 인근 빌딩 10층에 있다.

오후 1시에 찾아간 사무실 내부는 분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조 반스 교육담당 매니저는 "법 시행 후 가장 큰 변화"라고 답했다. 지난 한 달간 "존엄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면서 직원들이 내근을 할 수 없게됐다는 설명이다.

그간 C&C가 가주 전역의 병원, 커뮤니티, 학교 등에서 개최한 설명회는 500여 차례다. 하루 평균 최소 15차례 이상이다. 이날도 거의 모든 직원들이 LA인근 곳곳에서 설명회나 타운홀 미팅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C&C는 36년 역사를 가진 전국 조직이다. 1980년 창설된 존엄사 옹호 선구단체 '헴록 소사이어티'가 모체다. 콜로라도 덴버에 전국 본부를 두고 가주, 뉴욕, 뉴저지, 오리건, 콜로라도, 워싱턴 DC 등 11개주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말기 환자의 권익 보호'를 목표로 각 지역에서 존엄사 법 제정과 통과에 압력을 행사해왔다. 오리건(1994년)을 비롯해 워싱턴주(2008년), 몬태나(2009년), 버몬트(2013년), 캘리포니아(2015) 등 현재까지 존엄사법이 시행된 5개주 의회를 움직인 것이 C&C다.

여론의 우려와 반발에도 존엄사 법 통과를 관철시킨 저력은 '구체적인 아픔'에 있다. 반스 매니저는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시한부 질병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이라며 "사망전까지 참담한 고통(agony)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한 뜻으로 뭉쳤다"라고 말했다.

C&C 자료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2년간 C&C는 가주 의회를 1300여차례 방문했고, 300여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자원봉사자 1000명을 교육시켜 전문가들과 지역팀을 조직했다. 그 덕분에 지지자들의 수는 불과 2년 만에 2만5000명에서 9만5000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저변 확대가 가주에서 존엄사법이 논의된지 25년 만에 법제화시켰다.

반스 매니저는 '존엄사법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부정적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2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예후를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10여일을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보내셨다"면서 "잠깐씩 의식이 있을 때 마다 내게 '그만 날 보내달라'고 호소하시던 모습이 선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존엄사법이 있었다면 아버지는 좋아하던 재즈를 들으면서 고통 없이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에서는 존엄사법에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환자들에게 '존엄사 진료'를 해주는 병원이나 의사들을 알려주고 상담한다. 또, 법적 절차와 전문 진료 정보를 전문의가 전문의에게 교육해주는 'Doc2Doc'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약사들을 상대로 존엄사 환자의 처방약인 '치사약' 정보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C&C가 가장 공들이는 프로그램은 '여론 교육(Outreach)'이다. 자원봉사자 3~5명이 한 조가 된 23개 액션팀(action team)이 모세혈관처럼 커뮤니티 구석구석에서 설명회를 열고 있다.

반스 매니저는 "법 통과보다 오히려 어려운 작업이 존엄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교육이다. C&C의 본격적 업무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고 말했다.

C&C는 소수계 커뮤니티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최근 헝가리계 커뮤니티 요청에 따라 안내책자를 헝가리어로 제작해 무료로 전달했다. 공격적인 홍보가 가능한 이유는 기부자들 덕분이다. C&C는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순수 개인 기부금으로만 운영된다. 비영리단체 평가기관 '가이드스타'에 공개된 2015년 회계연도 C&C의 기부금은 1537만3419달러다.

규모나 역사, 위치를 감안하면 한인사회와 무척 가깝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존엄사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어서다. 그런 한인 특유의 정서를 설명하자 반스 매니저는 "호스피스 역시 20년 전만 해도 '사람을 죽이는 진료'라고 비난 대상이 됐다"면서 "우리가 노력하면 한인사회 등 소수계의 인식 역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C&C 상담 전화는 한국어도 지원한다.

반스 매니저는 "존엄사는 법으로 이미 시행된 '표준 진료 절차(standard procedure of care)'"라면서 "한인 의사는 물론 대표 단체, 노인센터, 어디서든 불러주면 현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불치병 말기 환자들에게 존엄사법이 갖는 의미가 궁금했다. 그는 "건강한 일반인들이 꿈꾸는 죽음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집에서 편안히 눈 감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죽음은 병원에서 가족이 아닌 차가운 기계와 내가 모르는 의사들에 둘러싸여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감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엄사법 안내책자를 건네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길 권했다. 2년 전 숨진 불치병 환자가 남긴 유언이다. "의사들은 스스로의 머릿속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Do no harm·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는 문구를 주입시켜왔다. 그러나 환자들을 고통에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매우 해로운(harmful) 진료다."

▶문의:(800)247-7421/홈페이지(endoflifeop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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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존엄사 지지율 73%"…매트 위티커 가주 국장

"존엄사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선택이어야 하고, 연민이어야 한다."

컴패션앤초이시스(Compassion and Choices)의 매트 위티커(사진) 가주본부 국장은 존엄사의 의미를 단체명과 연결해 정의했다. 전화, 이메일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여론 반응은 어떤가

"갈수록 지지쪽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74%가 찬성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아시아계만 따로 분류해도 73%로 높다. 아시안들이 존엄사를 금기시한다는 일반적 통념과 상반된 결과라 우리도 놀랐다."

-의학계는 지지하나

"전문의 1만7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54%가 존엄사를 지지했다. 현재 가주정신의학협회, 전국간호사협회 등 75개 전문의 연합체가 존엄사를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존엄사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미 19년전 존엄사법을 시행한 오리건 사례를 참조하면 된다. 시행후 오리건에서는 오히려 호스피스 케어 문의가 늘었다. 또, 오리건은 병원내 사망률이 최저인 반면 자택 사망률은 최고로 높다. 호스피스 환자중 자살률도 전국 최저다."

-가주에서 치사약 처방이 몇 건이나 될 것으로 예상하나

"오리건에서 지난 19년간 1327명에게 치사약이 처방됐고, 이중 859명이 실제 약을 먹고 사망했다. 가주에서는 인구비율과 환자 비율, 지역적 특성 등을 감안하면 첫해에만 처방받는 환자가 1500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약이 처방되나

"알약이다. 오리건은 세코날이 대부분이다. 100여알에 해당되는 분량을 물에 녹여 환자가 마시게 된다. 가주는 약의 종류를 의사가 전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사망진단서에 적히는 사망 원인은

"자살로 기록이 남는다고 잘못 알려져있다. 본인이 원래 가진 질병이 적힌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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