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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끝자락, 병실 보단 여행 떠나길 잘했다"

암 선고 받고 1년째 미 대륙횡단 중인 91세 할머니
미시간주 노마 바우어슈미트
아들과 32개 주 75개 도시 돌아
"지금 이순간 소중함 배웠다"

4기 자궁암 진단을 받은 90세 할머니가 병실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여행길에 나섰다. 2015년 8월 아들 부부와 함께 미시간주 북동부 프레스크아일에 있는 집을 떠나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를 거치며 길 위의 삶을 산 지 24일로 1년이 됐다.

노마 바우어슈미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 '드라이빙 미스 노마'에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로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여행 1년을 맞는 소감을 전했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바이어슈미트가 자신의 인생 마지막 여행에 붙인 이름이다. 할머니를 따라 인터넷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은 1년새 42만명이 넘었고 할머니는 그사이 유명인사가 됐다.

암 진단을 받은 할머니가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고 할 때 의사는 말렸다. 하지만 진단 이틀 후 67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받는 대신 남은 여생을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며 보내기로 했다. 전직 기자 출신의 할머니는 부동산 일을 하다 은퇴했다.

여행을 먼저 제안한 것은 아들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들은 홀로 남은 말기암 엄마를 너싱홈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고 노마도 너싱홈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 함께 여행을 하자는 아들 손을 덥적 잡은 할머니는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 애완견 링고가 함께 RV 캠핑카에 올랐다. 아흔살의 암이 그녀 인생에 준 마지막이자 가장 큰 선물이 된 것이다.



그랜드캐년과 옐로스톤 등 국립공원 20여곳을 찾았고 90평생 처음으로 열기구를 탔고, 낚시를 해 송어도 잡고, 말도 타보고, 초록 토마토 튀김도 맛봤다. 수족관에서 물개와 얼굴도 비벼보고 카운티 축제 차량을 타고 퍼레이드도 해봤다. 해군, 프로농구 애틀랜타 호크스 팀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행한 거리는 1만3000마일이 넘는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여행한 곳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한다. 지난 1년의 여행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할머니과 함께 길을 떠난 아들도 "여행하면서 직접 만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격려를 보내주는 이들로부터 큰 힘과 용기를 얻는다"며 "세상 곳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암 진단 후 지금까지 의사를 만난 적이 없지만 건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외려 밝고 생기가 넘치며 여행하는 것도 별로 힘겨워 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갈 곳을 미리 정해두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무리가 될 수 있는 날씨를 피해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으로 출발한다. 죽는 날까지 여행을 하다가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할머니는 자신의 여행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까'에 대한 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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