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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 우물 바보' 도 존중 받아야

정유년도 어느덧 절반 이상이 지났다. 상반기에 미국-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공정한 사회' 실현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관심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LA를 비롯해 한국사회에선 정의가 바로 서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여전한 것 같다. 아직까지 순박하고 꾸준한 사람보다 눈치 빠르고 남을 짓밟는 스타일이 결국 출세한다는 것이다.

언론도 여기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전 주요신문에서 '모범적인 인물'이라며 크게 다뤄진 기사를 봤는데 한국최대 S그룹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가관이다. 회식을 위해 식당에 갔을 때 주문한 음식이 10분안에 나오지 않았을 때 종업원을 불러 혼을 내는 사람이 '유능한 직원'이고 자리에 그냥 앉아있는 사원은 '자격미달'로 야단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어처구니가 없었고 독자입장에서도 기사가 왜 게재됐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막상 해당신문의 인터넷 댓글에서는 '저런 X이 대표를 지낸 회사는 과연 직원들을 어떻게 취급할까'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존중과 예절이 사라진 군사문화의 표본'이란 의견이 대세였다.

한마디로 무식한 행동이라 그 사람과 그걸 기사라고 내보낸 언론사에 대한 믿음까지 사라질 지경이었다. 외국에서 그 회사 간판을 봤을 때 '자랑스럽지만 사랑스럽진 않다'는 의견이 이해가 된다. 분기 매출 60조원에 순익 8조원을 달성했다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별나라 얘기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한국사회의 현실이 아닐까. 오로지 1등만 대우해주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실적만 따지는 근시안적 행태가 얼마나 사라졌을까. 그렇게 달성한 '금메달'이 그토록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식의 '밤이 없는 삶'으로 직원들을 볶을 것인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야후·페이스북·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소비자·인본주의를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돈만 많이 벌고 올바른 데 쓰지 않는 계층을 '졸부'라고 일컫는다. 오래 전에 올림픽에 월드컵·엑스포까지 연 나라에서 아직도 피자집 경영자가 기본권 침해로 구속당하고 대학생들이 졸업 후 결혼은커녕, 취직이 안돼 방황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자주 접하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배부른 불평을 해대고 복에 겨워(?) 지내는 내 자신이 과분함을 느낄 지경이다.

비록 한국사회는 정권이 교체됐지만 자기사람 심기와 남의 사람 잘라내기는 변함없는 것 같다.

정치 무용론ㆍ국회 해산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서민들의 고통만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어쩌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여전히 3각 관계는 기본이고 동성애·근친상간·축첩에 사생아·서자ㆍ양자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막가파식 내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높고 광고도 제법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미국 역시 총기사고·가정 파탄·마약·각종 범죄에 찌들며 청교도 정신의 구현이 멀어진 상황이지만 약자를 우선시하는 기본법과 사회의 양심만큼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한 우물 파면 바보'라고 매도하는 사회분위기도 문제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점점 사라지고 일부 직종의 경우에는 사내 직원들이 동료라는 생각보다 경쟁자라는 의식이 더 강하다.

이 같은 무한경쟁식의 직장문화만 횡행하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딴 생각(?)이 날 때마다 기본정신은 변함이 없다고 믿으며 초심을 생각하곤 한다. 위에 열거한 기자의 우려가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세태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옛날식 사고방식으로 유난을 떠는 것인지, 헷갈린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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