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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국에 산다는 것' 어떤가요

새천년으로 불린 뉴밀레니엄에 가주에서 생활한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뉴 센추리'인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껑충 커가는 것을 보며 세월의 빠름을 더더욱 실감한다.

스포츠부에서 많은 세월을 보낸 탓인지 자식들도 농구-풋볼-수영-테니스-탁구-아이스하키에 이어 올해부터는 각각 축구-야구에 몰두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가며 팀에서도 유니폼 번호는 물론, 이름까지 새겨주며 책임의식을 높이기 시작했다. 동네 자원봉사 위주의 프로그램이지만 체격에 따른 장비값도 상당히 올라가고 당번제로 돌아가는 연습·경기 후 스낵비용도 제법 부담이 될 지경이 됐다.

대체로 주중 방과 후 훈련장에는 엄마들이 몰리고 주말 경기에는 아버지들이 많은 편이다. 스포츠 화제로 출발한 부모 간의 화제가 교육문제로 옮겨가고 국제 이슈로도 확산된다.



요즘에는 단연 북한 핵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한이 공통화제로 압도적이다. 아쉽게도 부정적인 대화가 되고 만다. 지난달 다운타운서 열린 아이스하키 졸업식 래플에서 둘째의 쿠폰이 당첨됐다. 부상으로 인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북미 아이스하키(NHL) LA 킹스의 가장 좋은 좌석이 주어졌다.

30년째인 언론 인생의 상당기간을 스포츠부에서 보냈지만 선수들 바로 옆에서 하키를 본 것은 처음이다. 선수들 보디체크 소리에 스틱이 부딪치는 소리도 잘 들리며 3시간 동안 박진감이 넘쳐 흘렀다. 벤치로 날아온 경기용 퍽도 선물로 건네받았다.

4개월 뒤 한국땅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지만 평창에서도 최고 인기종목으로 꼽히는 하키는 분위기부터 다른 종목과 판이했다.

선수는 물론, 관객들도 대부분이 백인으로 이뤄졌으며 소수인종은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백인 가운데서도 캐나다 출신이 특히 많았다. 이같은 점 때문에 교육에 극성인 엄마를 '하키 맘'으로 부르는 것이다.

한국에서 목동 링크를 드나들었지만 무더운 남가주도 수십곳에 올림픽 기준의 겨울용 빙상 시설이 구비돼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남녀노소가 좋은 시설을 이용하고 돈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방지된다.

어른들에게도 좋지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상황 같다.

개인종목 대신 팀 스포츠를 통해 남을 배려하는 성숙함을 배우고 예의범절과 스포츠맨십, 체력단련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라는 여러가지 장점도 흡수하는 셈이다. 보다 합리적이고, 물질보다 정신적 행복을 강조하는 환경에서 지내기 위해 12년 간의 서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에 온뒤 가족까지 생기다보니 LA생활의 장점이 커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미국에 온 후배 한 명은 "인터넷 스피드 경쟁처럼 사회 각 부문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괜찮은 직장에서 미국보다 높은 타이틀과 권한·연봉을 받고 근무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년은커녕, 40세만 넘어도 눈치를 보고 '자신과 저녁이 존재하는 삶'이 사라진 것 같아 어렵사리 태평양을 건널 결심을 했습니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케이스는 어떨까. 한국에 비해 승진도 느리고 쓸 돈도 늘 모자라지만 정년제도가 없고 사회보장제도가 낫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만 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신경 쓸 필요없고 방해받지 않은 채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주 한인들에게 "이곳에 산다는 것이 어떠십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정말로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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