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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인데 증여 가장 적어…한국타이어 큰딸 반란은 재산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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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2 01:39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시설 한국테크노돔.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일가 분쟁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이지만 실제론 재산 다툼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형제자매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가장 작은 액수의 재산을 물려받게 된 것으로 알려진 장녀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향후 상속 문제를 염두에 두고 나서게 됐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조양래(83)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 이사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조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동생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지분을 전부 넘긴 조 회장의 결정이 온전한 정신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이사장은 입장문에서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며 “대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중앙포토





“딸에게 경영권 줄 생각, 단 한 순간도 안 해”
이에 대해 이튿날 조 회장은 성명서를 내고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개인 운동강습(PT)도 받고, 하루에 4~5㎞ 이상씩 걷기운동도 한다.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반박했다.

조 회장은 조 이사장에 대해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 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 부회장이 큰 누나를 대리인으로 내세운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차남인 조 사장에게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전량 양도했다. 이로써 조 사장의 지분은 원래 보유 지분 19.31%를 합쳐 42.9%로 뛰어올랐다. 장남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19.32%), 조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 씨(10.82%)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로 조 사장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연금이 7.74% 지분을 활용해 조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자매들과 연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까진 국민연금이 그런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조 이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일각에선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해 큰 누나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조 부회장 측은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에 대해 일단 “그룹의 주요 주주로서 고민하고 있다”는 유보하는 태도를 내놨다.

조 이사장 측 관계자는 “이번 성년후견 신청은 다른 형제자매들과 논의없이 조 이사장 개인이 내린 결정”이라며 “조 이사장은 경영에 개입하거나 재산 다툼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조 회장의 결정이 워낙 급작스럽고 의아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왼쪽), 차남 조현범 사장. 연합뉴스





조현범 항소심 재판이 경영권 유지 변수
조 회장의 지난달 31일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는 견해도 있다. 조 회장은 조 이사장의 ‘재산 사회환원’ 주장에 대해 “사회 환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방법은 제가 고민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자식들이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조 회장이 조 이사장을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 지칭한 점,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게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한 점, 사회 환원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고 한 점 등을 보면 조 회장은 앞으로 상속 등 재산분할로 인한 분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수는 조 사장의 항소심 재판이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다. 구속기소 됐던 조 사장은 1심이 진행 중이던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심 재판에 전념하고 있다.



재판에 출석하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연합뉴스





조현식, 회삿돈으로 조카 간병 지원한 혐의
장남인 조 부회장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혐의가 다르다.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회사에 근무한 적이 없는 작은 누나 희원씨에게 1억10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혐의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부회장 측 변호인은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에서 양형 부당을 주장하고 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희원씨 아들의 미국 장기치료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일반적인 기업자금 횡령 범죄와 달리 판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희원씨가 경영권 분쟁에서 조 부회장 편에 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지만 희원씨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이사장은 미국 페어리디킨슨대 수학과 교수를 지냈다. 남편은 노재원 전 주중 대사의 아들인 노정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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