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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턴 변화 바람…플러머 강당 개명

“KKK 연루 의혹 인사 이름 안 돼”
서니힐스 졸업생 캠페인 큰 호응
교육위 의결…주민 “바뀔 때 됐다”

플러머 오디토리엄의 전 매니저 월트 디종이 플러머의 이름이 지워진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플러머 오디토리엄의 전 매니저 월트 디종이 플러머의 이름이 지워진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9일 찾아간 풀러턴 유니온 고교의 유서깊은 건물 ‘루이스 E. 플러머 오디토리엄’엔 큰 변화가 있었다.

건물 정면에 크게 부착돼 있던 플러머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풀러턴조인트유니온고교 교육위원회가 지난 16일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클랜(KKK)’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플러머의 이름이 들어간 오디토리엄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930년 건립된 오디토리엄을 60년 동안 알려온 플러머의 이름이 교육위원회 결정 후, 불과 2~3일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교육위원회는 곧 플러머를 대체할 새 이름을 결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을 돌아보는 아시아계 남성이 눈에 띄어 말을 걸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이 건물 매니저로 일했다는 월트 디종(56)은 “개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이 개명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풀러턴 주민의 정서가 달라졌다. 변화의 시기가 온 것”이라고 답했다.

플러머의 이름이 지워지기 전의 오디토리엄.

플러머의 이름이 지워지기 전의 오디토리엄.

중국·인도네시아계인 디종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풀러턴에 살고 있다. 인종차별에 관한 주민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디종의 말대로 2000년대 초반까지 풀러턴은 주민의 다수가 백인이며 매우 보수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라티노 인구 유입이 늘면서 점차 인종, 문화적 다양성에 개방적이 됐다.

플러머는 1919년부터 1941년까지 풀러턴 교육감을 지냈다. 플러머가 1958년 세상을 뜬 지 21년 뒤인 1979년, 그와 KKK의 관련성에 관한 내용이 담긴 UCLA 박사 과정 학생의 논문이 공개됐다. 이 논문은 캘스테이트 풀러턴의 학자 리처드 커티스가 풀러턴 시 변호사를 지낸 앨버트 로너와 가진 인터뷰를 인용했다. 이 인터뷰에서 로너는 플러머가 KKK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후 잊혀가던 플러머의 KKK 연루 의혹은 지난해 풀러턴 칼리지가 도서관에 걸려있던 플러머의 초상화를 떼어 내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 파장은 풀러턴에서 자라 서니힐스 고교를 졸업한 재클린 로그우드(18)가 이달 초, 오디토리엄 개명 촉구 청원 캠페인에 나서며 일파만파로 커졌다. 마침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가 전국을 뒤덮은 때다.

로그우드는 친구와 함께 우연한 기회에 플러머에 관해 알게 돼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의 청원엔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2만7000여 명이 서명했다.

교육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일부 주민은 사진이나 문서 등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 의혹만으로 풀러턴 교육계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 플러머의 이름을 건물에서 지우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주민은 2020년에 굳이 KKK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의 이름을 고집해선 안 된다며 개명을 요구했고 교육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개명을 결정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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