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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김동철씨 인터뷰② "웜비어는 누명 쓴 외교적 인질"

"잡아두기 위해 누명, 조작"
수용시설 담당 감시원만 8명
밥 80g, 무 세 조각이 한끼

2008년 평양체육관 앞에서 김동철씨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김동철]

2008년 평양체육관 앞에서 김동철씨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김동철]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북한 정권에 의해 억류됐던 김동철씨는 "(중앙당을 위해 일하면서도) 항상 체제에 대한 불만과 그 속에서 고통 받는 인민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기에(한국과 미국 정부의) 첩보활동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북한에 억류된 동안 자신보다 먼저 석방된 오토 웜비어와 임현수 목사와도 마주친 적이 있다고 했다.

"임현수씨는 나와 1년 2개월 정도 같은 장소에 수감돼 있어 강냉이 밭에 나가 작업할 때면 감시의 눈길을 피해 손짓발짓으로 소통하곤 했고 웜비어는 내가 6개월간 취조받을 당시 열흘 정도 건너편 방에서 취조를 받았다"며 웜비어가 "누명 쓴 외교 인질"이라고 주장했다.

"웜비어가 처음 구금된 이유가 '친구에게 주려고 구호선전물을 벽에서 떼어냈기 때문'이라고 보도됐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랜 북한 생활로 "(웜비어가 묵었던 고려호텔의)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는 김씨는 "고려호텔은 외국인들이 숙박하는 곳이기 때문에 벽에 구호가 붙어있지 않다. 당시 정국 상 외교적인 이유로 (북한은) 인질이 필요했고 그를 잡아둘 정당성을 위해 누명을 씌우고 조작했다고 본다"며 "내가 나서서 증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고인민재판에서 10년의 노동교화형을 최종 선고받은 후 위치도 알 수 없었던 산속의 작은 수용시설에서 그를 감시하는 인원만 8명이었다는 그는 "목 매달아 죽을 곳도 마땅찮던 감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은하루 종일 나를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고 말해 당시 느꼈던 무기력함을 전했다. 독방에서 24시간 감시 받으며 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에 갈 때도 카메라 앞 의자에 앉아 손을 들고 감시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자유롭지 못한 시간을 보냈던 것.

북한의 수용소에 갇혔던 다른 이들의 진술과 같이 김씨도 항상 굶주림과 싸워야했다.

그는 "(농사) 노동현장에 나가면 뭐라도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어 차라리 방에 있는 것보다 나았다"며 당시의 참혹한 실정을 전했다. 하루 세 끼, 그에게 할당된 한끼 식량은 "땅 속에 숨겨뒀던 군량미로 지어 새카만 밥 80그램과 소금에 절인 무 세 조각"이었다.

항상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그는 노동현장에 나가면 감시의 눈길을 피해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황급히 입에 넣곤 했다.

"호미로 밭을 갈다 굼벵이 같이 생긴 하얗고 통통한 애벌레 같은 것이 보이면 얼른 입에 넣었다"는 그는 "어쩌다 옥수수가 보이면 날것 그대로 재빨리 먹고 남은 쭉정이는 땅에 묻어 숨겼으며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노동 중 찾은 감자도 날것으로 먹다가 배탈이 나곤 했다"고 밝혔다. "노동 현장에서 몰래 음식을 먹다가 걸리면 젊은 군인들의 구타가 이어졌다"는 그는 왼손 중지를 들어 보이며 "이 손가락도 그렇게 구타당해 굽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용소의 시설과 의료 설비 역시 혹독했다. 그는 "분명 방에서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철조망 아래 차디찬 땅바닥에 누워있었다"며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사정을 밝혔다. 방으로 흘러들어온 연탄가스에 중독된 그를 본 군인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대신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건물 바깥에 눕혀뒀다는 것. 죽을 줄로만 알았던 그가 정신을 차리자 놀라 그를 들쳐업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의사가 오기 전 그에게 전달된 것은 물김치 국물 한사발. 속이 울렁거린다는 그에게 군인들은 김칫국물을 마시라고 강요했고 의사의 진료 후에도 밖에서 흙 냄새를 맡게 하는 등의 민간요법을 들이밀었다.

김씨는 "그때 이미 한번 죽었으니 이젠 그저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할 말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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